[데일리메디 김민수 기자] 내년 시행을 앞둔 의료기기 산업 육성 및 첨단 의료기기 지원법을 놓고 관련 정부기관 내에 ‘진흥’과 ‘규제’라는 2가지 틀이 형성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자금이 열악한 국내 제조사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적절한 수위 조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의료기기 산업 육성법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보건의료 산업에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규제에 대한 혁신과 산업적 진흥을 목적으로 제정됐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 혁신 현장 방문을 한 이후 전향적으로 추진된 이 법에는 ▲첨단제품에 대한 차별적 지원 ▲혁신 의료기기 기업 특례 ▲신제품의 선(先) 진입, 후(後) 평가 등의 파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현재 의료기기 산업과 연관이 있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진흥과 규제 개선에 중점을 두고, 하위 법령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복지부는 혁신 기업 범위와 특례, 지원, 정책 수립 등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를 통해 산업 지원을 위한 제반 제도 정비를 준비하고 있다.
또 식약처는 첨단 의료기기 인허가에 대한 신속허가 방안과 사후 관리 및 4차 산업 관련 자료 등을 활용해 혁신 제품 관리 방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문제는 혁신 기업 선정, 첨단 제품의 신의료기술 평가, 급여에 대한 가산 등 세부 항목에 대한 제도화 부분이다.
이미 일부 시민단체는 안전성 문제를 이유로 정부의 규제 개혁 방침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A사 임원은 “업계 의견을 존중하면서 시민단체 주장까지 반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식약처는 겉으로만 규제 개혁을 표방하면서 임상논문 제출 의무화와 같은 새로운 규제를 또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부가 의료기기 산업 진흥을 위한 제도와 예산 마련을 해도 식약처가 인허가 규제를 강화한다면 업계 입장에서는 오히려 없는 게 더 나은 ‘의료기기 산업 육성법’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표적인 예로 식약처는 올해 초 임상논문 제출 의무화에 대해 논란이 일자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못박으며 강행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청와대에서는 산업 성장을 위해 규제 개혁 방침을 수립했지만, 정작 실무 부처에서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의료기기 산업 육성법을 ‘전담 마크’ 하기 위해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B사 임원은 “식약처 내부에 융복합 제품 허가심사 전문가를 두거나, 4차 산업 관련 전담부서 신설이 필요하다”며 “전담부서 하나 없이 어떻게 의료기기 산업 육성법을 제대로 운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산업계가 적절한 규제까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법 제정의 기본 취지는 고려해야 한다”며 “법이 늘면 조직과 공무원이 증가하고, 덩달아 규제 장벽이 높아져 온 악습이 재현되지 않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