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병의협)는 20일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 재추진 움직임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 알 권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도 못하면서 보건의료 노동자와 환자 인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술실 CCTV 설치 이슈는 무자격자 대리수술 문제로 떠오르면서 지난 5월 14일 안규백 의원에 의해 의무화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국회의원 중 절반가량이 명단에서 빠지면서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은 하루 만에 폐기됐다.
이후 안규백 의원실은 공동발의자를 다시 모아 법안 재발의를 진행할 것임을 밝힌 상태다.
병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하는 핵심적인 이유로 환자 개인정보 유출 및 인권침해 문제와 함께 의사를 비롯한 수술실에서 일하는 모든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인권침해를 꼽았다.
더불어 CCTV 설치가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자행되는 대리수술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진들이 어렵고 위험한 수술을 기피하게 되는 것과, 수련 병원에서 전공의나 전임의의 교육 기회가 축소되는 측면도 반대하는 중요한 이유다.
병의협은 “대리수술은 보통 전신마취 하에서 행해지는데 문제는 전신마취 하에서 하는 수술은 난이도가 높고 위험한 수술일 경우가 많고, 환자의 나체가 그대로 드러나는 수술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의 전산 보안시스템이 문제가 생기거나 누군가가 악의를 가지고 영상을 유출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고, 이로 인해서 환자 개인정보 유출과 인권 침해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염려했다.
수술실 내 의료 노동자들의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작업장 내 CCTV 설치가 근로자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임을 분명히 한 이전 사례들과 비교해보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리수술 저지에 대한 CCTV 효과에 대해 병의협은 “얼굴을 포함하여 신체를 다 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진의 신원을 CCTV를 통해 정확히 분간해 내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병의협은 “선진국에서도 수술실 CCTV 설치는 의무화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관련 법안이 많이 발의가 됐으나 지난해까지 의회 승인을 얻은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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