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산모와 신생아를 관리·보호해야 할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리는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감염증은 RSV(Respiratory Syncytial Virus)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호흡기감염을 말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RSV 감염 환자의 90% 이상은 6세 이하이며, 영유아나 고령자에서는 폐렴 등을 일으키기 쉽다.
RSV 감염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주로 발생하지만 5월인 현재까지 감염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년 RSV 감염 사건은 1월 경기도 시흥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 10명이 감염되면서부터 시작됐다. 같은 달 제주도에서 3명, 경상남도 창원시에서 3명의 신생아가 산후조리원에서 RSV에 감염됐다.
2월에는 남양주시 산후조리원에서 1명, 전주시 덕진구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생후 4주 된 신생아 1명이 감염됐다.
3월에는 울산의 모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 4명이 RSV 감염 확진을 받았다.
감염은 5월까지 이어져 19일 서울 성동구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 2명이 RSV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 가운데 1명은 폐렴 증세를 보여 입원했다.
부모들 "산후조리원 늑장 대처, 관리 강화" 촉구
RSV 확진을 받은 신생아 부모들은 감염사태에 대한 산후조리원의 처사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실제로 서울 성동구 산후조리원 신생아 부모들은 "보건소가 뒤늦게 역학조사에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신생아 보호자들은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들에게 젖병도 돌려썼다고 주장했지만 조리원 관계자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창원 산후조리원 신생아 감염 사태에서도 RSV 감염 증세를 보인 신생아가 이전부터 발견됐었다며 조리원 측의 늦은 대처와 관련된 비판 여론이 조성됐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기동민 의원이 작년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산후조리원 내 감염 발생 현황'에 따르면 산후조리원 신생아 감염 원인으로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바이러스)가 29%로 가장 많았고, 로타바이러스가 24%였다.
두 가지 바이러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감염 질환의 절반 이상인 것이다. 감염 관리 소홀로 행정처분을 받은 산후조리원은 147곳으로 나타났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윤종서 교수는 "아이들 사이에서는 병이 잘 옮는 특성이 있다"며 "산후조리원에서는 신생아 1명이 감염되면 주변 신생아 모두 감염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RSV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신생아들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기침이나 콧물 등 초기 증상이 있는 신생아는 다른 신생아들과 격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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