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국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재발의’된 가운데, 이를 둘러싼 의료계와 경기도·환자단체 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의료계는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료 왜곡·질 저하를 불러올 뿐만 아니라 反인권적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나, 경기도·환자단체 등은 대리수술·성범죄 등 약자일 수 밖에 없는 환자의 권리라는 입장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병의협)은 23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하루 전 22일 경기도가 낸 논평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병의협은 “경기도 논평을 보면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의료 현실을 전혀 모른다”며 “억지 주장을 펼치려고 하다 보니 논리적으로 상충되는 주장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기도는 “고정된 각도에서 수술실 전경을 촬영하는 ‘수술실 CCTV’가 의료진에게 둘러싸인 채 수술부위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수술포로 덮고 있는 환자의 신체를 얼마나 노출시키는가”라고 반문하며 “이로 인해 환자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된다고 볼 수 있는 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병의협은 “수술실 CCTV가 정밀한 수준으로 환자 신체와 수술과정을 관찰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다른 부분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는 대리수술, 성범죄, 사고 발생 시 은폐 가능성 등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은 일회용 모자·마스크·수술복 등을 착용하고, 수술 전 무균 처리된 덧 가운을 하나 더 입어 목부터 발까지 덮는다”며 “이 경우 옆에서 봐도 누군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의사들이 우려하는 것은 환자의 신체 노출이 환부 만이 아니라 ‘성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병의협은 “일반적으로 전신마취 수술 시 마취 후 환자 수술복을 의료진이 탈의시키고 환자의 요도에 ‘소변줄’로 알려진 도뇨관을 삽입하며, 수술 예정 부위에 넓게 소독을 실시 후 부위마을 노출시키는데 여기에 10분에서지 수십 분이 걸린다”며 “이 시간에는 남녀 모두 성기가 노출되고, 신체적 치부도 드러날 수 있어 우려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경기도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도내 의료원에서 자행하는 불법 PA 의료행위 단속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자단체)는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 주장을 견지했다.
환자단체는 “수술실은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돼 있고, 전신마취로 환자가 의식을 잃게 되면 그 안에서 발생한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며 “무자격자 대리수술에 참여한 사람들 또한 모두 공범 관계이기 때문에 내부자 제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환자단체는 "의료계의 일방적 주장은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며 "수술실 CCTV 설치법에 대해 논의하는 것까지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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