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최근 불거진 의료폐기물 사태의 핵심은 기저귀에 있다는 목소리가 다수 병원에서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의 ‘2018년 의료폐기물 분리배출 지침’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의료폐기물 배출량은 20만7000톤에 달했다. 이는 2013년 대비 43.7% 증가한 수치다.
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의료폐기물을 현재의 소각시설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전국 의료폐기물 소각업체는 13곳으로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용량은 연간 18만9000톤 규모다.
이곳에서는 100%도 아닌 약 120% 정도의 의료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는데, 폐기물관리법 상 허용범위인 시설용량의 130%에 근접해 있다.
특이한 사항은 전체 의료폐기물 중 약 80%가 기저귀와 같은 일반의료폐기물 이라는 점이다.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홍보이사는 “의료폐기물 문제는 의료계가 가장 고통받아온 사항 중 하나”라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환경부가 전문가 의견에 적극 귀기울여 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염 위험성 등을 세밀히 조사한 근거를 기반으로 의료폐기물 분류체계를 강화해 일반폐기물로 처리되는 기존 의료폐기물 비중을 늘리자"고 덧붙였다.
요양병원에서 나오는 기저귀와 같은 감염 위험도가 낮은 폐기물을 의료폐기물이 아닌 일반폐기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극소수로 시장을 점유 중인 소각센터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박성국 사업이사는 “몇 년 새 소각업체 몸값이 30억에서 200억원 가량으로 뛰었다”며 "소각업체에서 손실을 우려해 일반폐기물 전환을 반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요양병원이 한 달 동안 지출하는 의료폐기물 비용이 무려 1150만원에 달한다"며 "요양병원 의료폐기물 90%를 차지하는 기저귀가 일반폐기물로 처리되면 소각업체의 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
의료폐기물 소각업체가 부족한 상황도 기존 업체들이 신규 사업자가 들어서는 것을 막은 결과라는 견해다.
박성국 이사는 “더 좋은 시설이 갖춰진 일반산업폐기물 처리장에서 의료폐기물 처리를 가능하게 한다면 국가적으로 비용효율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제안했다.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홍보이사 또한 지역 주민 반대로 소각센터 증설이 어려운 만큼 지자체장의 허가 하에 일반 소각장에서의 일부 의료폐기물 처리를 허용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의료폐기물 소각장과 일반 소각장의 폐기물 처리 원리가 ‘소각’으로 같은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박종혁 이사에 따르면 실제로 일반폐기물과 의료폐기물을 구분하지 않고 같은 시설에서 처리하는 외국 사례도 있다.
의료폐기물의 감염 위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역할로 언급됐다.
한편, 환경부에서는 지난 4월 서울과학기술대에 '요양병원 일회용 기저귀 감염 위해성 조사' 연구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연구에서는 전국 1460곳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연간 기저귀 배출량, 연간 전체 의료폐기물 처리 비용, 요양병원에서의 감염성 환자 내역 등에 대해 조사한다.
또한 금년부터는 전국 332개의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전국 의료폐기물 감량 목표관리제’가 실시된다.
각 환경청은 관할 병원을 모니터링 해 목표 관리가 미흡한 병원에 분기별로 현장 지도·교육을 행한다. 목표관리 성과가 우수한 병원에 대해서는 연말 포상을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