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설탕세나 비만세 등 다양한 유형의 건강세 도입이 다시금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 전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우리나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지적이다
.
다만 사회적 저항과 역풍이 만만찮은 만큼 충격파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다각적이고 융통성 있는 도입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24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육관에서 개최된 한국건강학회 춘계학술대회에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국민건강을 위한 건강세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윤지현 교수는 “설탕세의 비만 감소효과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지만 이 세금을 도입한 국가들에서 설탕 함량이 높은 음료들이 퇴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역시 당류 섭취가 증가세이고 특히 청소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설탕세의 도입을 심각히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강남대학 세무학과 유호림 교수는 “설탕이나 육류, 정크푸드에 대한 건강세 부과는 소비를 억제시켜 비만이나 혈관질환 등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인 정책수단”이라고 말했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들이 건강위해식품 소비를 줄이기 위해 각종 명목의 건강세를 부과하고 있다.
실제 헝가리, 노르웨이, 프랑스, 아일랜드 등이 설탕이나 정크푸드 등에 건강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에서도 인도, 태국, 필리핀 등이 설탕세와 비만세를 도입했다.
고칼로리 식품 섭취 비중이 높은 멕시코와 칠레 등 남미국가에도 설탕세가 도입됐고, 아랍에미리트는 탄산음료 50%와 에너지음료에 100%의 소비세를 부과하고 있다.
유호림 교수는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건강세 도입이 세계적인 추세이기는 하지만 사회적 저항이 만만치 않은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미국의 30여 개 도시들이 정크푸드에 건강세 도입을 시도했다가 서민들의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는 비난 여론에 부딪쳐 실패했다.
덴마크 역시 2011년 비만세를 도입했지만 식료품 물가 상승, 생산비용 증가, 소비자 편익 감소 등이 발생해 1년 만에 폐지했다.
유 교수는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건강세 도입은 예기치 않은 부작용 위험이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건강세를 도입하더라도 적잖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세의 교정기능과 조세부담 수준이 조화를 이루면서도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정책 목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조세제도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포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도 건강세 도입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방법론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법무법인 율촌 변웅재 변호사는 “건강세는 사회적 건강프로그램 재원 확보를 위해 시행되지만 조세의 목적, 국가의 역할, 조세 형평성과 관련된 법률 이슈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만세 사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그 외에 소규모 사업자 보호 방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수렴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제학계는 아무래도 경제적 관점에서 건강세 도입을 바라봤다. 효과성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조세 부과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홍석철 교수는 “건강세는 소비자에게 과세 부담이 전가될 수 있고 기업으로 하여금 설탕 함량을 낮추도록 유도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세 도입 효과성과 경제성이 사전적으로 검증될 필요가 있다”며 “시장 왜곡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논의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건강민주화를 지향하는 한국건강학회는 앞으로 건강세 도입을 위한 공론화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국건강학회 윤영호 이사장은 “이번 학술대회에서 논의된 내용에 근거해 국회를 통해 국민건강을 위한 건강세와 건강투자세액공제 도입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건강보험 재정 확충을 목적으로 건강세 도입을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건강 증진이 아닌 건강보험 재정 확충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조세부담 증가와 세원 불일치 등 여러 문제로 인해 논의단계에서 좌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