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수술실에서 과다출혈로 사망한 고 권대희씨 유족이 CCTV를 통해 병원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권씨 사망 이후 부각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명시하는 ‘권대희법’이 다시 주목받게 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심재남 부장판사)는 권 씨 부모와 형이 권 씨를 수술한 성형외과 원장 등 3명을 상대로 5억35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낸 소송에서 약 4억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피고인에 80%의 배상책임을 부과한 것이다.
권 씨는 2016년 9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사각턱 절개 수술을 받던 중 과다 출혈로 중태에 빠졌고,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약 한 달 뒤 사망했다.
유족에 따르면 권 씨를 수술한 의사는 당시 여러 명의 환자를 동시에 수술하다가 권 씨 수술실을 나갔고, 권 씨가 지혈되지 않는 상태에서 간호조무사에게 장시간 방치되면서 중태에 빠진 정황이 수술실 CCTV에 기록됐다.
법원에서도 권 씨를 수술한 병원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 대량출혈이 발생했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위반해 지혈 및 수혈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또 권 씨에게 수술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과실이 있으므로 권 씨 사망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턱뼈를 잘라내는 수술은 대량출혈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했어야 하나 이행하지 않은 과실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 씨의 내원 경위, 수술의 목적 및 내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모든 손해를 피고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배상 책임 범위를 100%가 아닌 80%로 제한했다.
해당 성형외과 원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의료행위에서 예상 외 결과가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다”거나 “개인성형외과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다”고 주장했다.
“뼈를 깎아내는 고난도 안면윤곽 수술은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권씨가 알고도 개인적 만족감을 얻을 목적으로 수술에 동의했다”는 논리로 “배상책임을 70% 이하로 제한해달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권 씨 유족은 병원의 100% 책임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봤다.
권 씨 사건 이후로 유족과 환자단체 등은 "수술실은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돼 있고 전신마취로 환자가 의식을 잃으면 그 안에서 발생한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며 수술실 CCTV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달 14일 의료사고 위험이 높은 수술에 대해 CCTV 촬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안규백 의원에 의해 발의됐으나 하루 뒤 철회됐다. 안규백 의원은 이후 21일 해당 법안을 다시 발의한 상태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의사협의회를 비롯한 의료계에서는 줄곧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병의협은 21일 성명서를 통해 “수술실 CCTV 설치는 국민의 알 권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도 못하면서 보건의료 노동자와 환자 인권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또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진들이 어렵고 위험한 수술을 기피하게 되는 것과, 수련 병원에서 전공의나 전임의의 교육 기회가 축소되는 측면도 중요한 반대 이유”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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