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의료인의 중복개설을 금지하는 일명 ‘1인1개소법’을 이유로 요양급여비용을 환수처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네트워크 병원’이 사실상 인정받게 됐다.
대표적인 네트워크 병원이자 1인1개소법이 제정된 계기인 유디치과는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을 환영하는 반면 개원가 진료수가 하향평준화를 막을 수 없게 된 대한치과의사협회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31일 유디치과는 네트워크 정형외과병원인 튼튼병원이 법원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환수취소처분 승소 결과에 대해 ‘법원이 사무장병원과 네트워크 병원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청와대 앞에서 1인1개소법 사수를 위해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던 치협은 이번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철수 치협회장[사진]은 30일 대법원 판결을 방청한 후 “1인1개소법을 통해 의료정의를 사수하고자 고군분투했던 치과계는 참담한 심정을 억누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네트워크병원에 실질적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수단인 환수처분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며 더 이상 네트워크 병원을 제제할 수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의료법 제33조8항 일명 ‘1인 1개소법’은 의료인은 어떤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 및 운영할 수 없음을 규정하고 있다.
기존에는 의료기관 공동개설만을 금지했지만 2012년 의료법 개정에 따라 여러 의사가 서로 다른 지점을 맡는 공동운영 형태도 할 수 없게 됐다.
법 개정 배경에는 유디치과의 박리다매 경영방식을 문제 삼던 치협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치과계에서 의료법 제33조8항을 ‘反유디치과법’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치협은 줄곧 1인 1개소법을 옹호하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의료인이 1개의 병원이 아니라 여러 개의 병원을 운영할 경우 과잉 의료행위를 할 수 있고 또 병원이 환자를 치료하는 장소가 아니라 영리만을 목적으로 한 기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주장에서다.
치협은 또 유디치과와 같은 네트워크 병원의 저수가 정책에서도 날선 비난을 이어왔다. 김세영 전 치협회장은 “저수가 치료를 내세워 전국으로 확대돼 가는 유디치과를 저지하겠다”며 회원들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이 개정 된지 7년 만에 1인1개소법 위반으로 인한 환수조치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며 현재 헌법소원재판소에 계류 중인 해당 법이 위헌 판결을 받게 될 가능성도 올라갔다.
이에 치협은 앞으로 1인1개소법 사수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남은 희망은 ‘1인1개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의 요양급여비용 환수근거에 대한 정확한 규정을 법으로 명문화하는 것 뿐”이라며 “사무장병원과 네트워크 병원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정치권 등에 지속적으로 호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로 1인1개소법을 둘러싼 치협과의 신경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유디치과도 적극적인 입장공세에 나설 계획이다.
고광욱 유디치과 대표는 “그동안 치과협회는 네트워크 병원들에 대한 비판을 꾸준히 이어왔지만 대법원 판결은 달랐다”며 “앞으로 유디치과는 더 낮은 가격으로 고품질의 진료 서비스를 환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유디치과는 건보공단을 대상으로 50억원 규모의 요양급여 환수처분취소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번 튼튼병원 소송과 마찬가지로 이중개설 금지 위반으로 인한 환수 및 지급보류 처분은 부당하다는 내용으로 법조계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법원이 유디치과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