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한의계가 현대의료기기 전면 사용을 천명한 가운데 한의과대학 학생들을 위해 침(針) 시술에 초음파 장비를 활용하는 교재가 배포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의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원광대 한의과대학과 함께 ‘고위험 부위 초음파 유도하 자침 핸드북’을 공동발간하고 전국 한의과대학 경락경혈학 교실에 이를 보조교재로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재는 침 시술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대상이며 침 치료를 할 때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경혈 부위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다.
이와 함께 초음파 영상으로 정확한 혈자리를 찾는 ‘고위험 경혈의 초음파 유도하 취혈법’이 포함됐다. 초음파 영상을 활용해 표면해부학을 기준으로 한 경혈위치를 탐색하고 시술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는 설명이다.
한의학연구원 측은 “침 치료시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 방지를 위해 취혈 단계부터 영상기기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며 “핸드북 발간이 임상에서의 침 치료 안전성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초음파 장비를 통해 침 시술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은 결국 한방 치료에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초음파와 X-ray 등의 영상장비의 경우 한의사가 이를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유권 해석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논쟁이 더욱 뜨거운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한의협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확대운동을 주도해 나갈 ‘범한의계 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한의사나 양의사 모두 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따라 진단하고 있다”며 “진단에 필요한 장비의 공동 사용과 동일한 질환에 대한 한양방 모두의 건강보험 청구가 실현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맞서 대한의사협회는 "한의협의 수장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장려하고 더 나아가 (현대 의료기기) 활용 운동을 공개 선언한 초유의 비윤리적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최혁용 한의협회장을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 및 방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해 한의학연구원 관계자는 “연구자에게 문의한 결과 해당 기술은 현재 개발 중에 있으며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단계라는 답을 들었다”며 “해당 핸드북도 연구의 일부 성과를 활용해 교육을 목적으로 발간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을 배포한 것만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게 의료계 입장이다.
대한영상의학회 측은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은 ‘면허 밖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현대의료기기인 초음파를 불법적으로 사용했던 한의사들이 이미 법원에서 면허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판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초음파 유도 자침 핸드북은 일선 한의사들에게 면허 범위 밖 불법의료행위를 조장하고 유도하는 행위로 판단된다”며 “즉시 배포를 중단하고 수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대한영상의학회는 이 같은 불법의료행위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와 함께 계속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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