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수첩]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은 신기루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2017년 제29호 국산신약으로 허가받은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가 결국 허가취소 처분을 받았다.
주성분 2개 중 하나가 허가 당시 보고한 성분과 다른 것으로 판명된데 따른 조치였다. 지난 4월 15일 해당 사실이 확인된 지 두 달여 만이다.
두 달 간의 지리멸렬한 과정을 지켜보며 의료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허가 제동(2017년 4월)과 석연찮은 번복(2017년 7월)은 차치하더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코오롱생명과학의 ‘책임 공방’에 대한 회의감이 컸다.
인보사는 ‘생물학적제제’로 우리에게 익숙한 ‘화학제제’와는 다르다. 화학제제는 약 성분이 균질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대량으로 생산한다.
반면 생물학적제제는 유전자 조작까지 더해져 만들어져 사람마다 반응이 다를 수 밖에 없고, 이 때문에 일정 간격을 두고 검체 채출 및 시료 보관·병원 기록 등이 완벽히 마련돼야 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생물학적제제의 대전제는 균질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서류만 봤다는 것인데, 이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시료를 보관해 뭐가 잘못됐는지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며 “유전학적 계통검사(STR)를 정기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자료부실 의혹도 문제지만, 검증은 식약처 소관인 만큼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에서 문제가 제기된 후에야 식약처가 인보사 문제점을 밝힌 사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식약처는 지난 4월 28일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부실 검증에 대해 “전 세계 허가관리시스템은 대부분 서류 검토에 의존하고 있다”며 “시험검사는 극히 제한적이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화학적인 합성 약품이라면 서류검토만으로 허가를 내줘도 되지만 유전자 치료제와 같은 생물학적 제재는 보다 면밀한 안전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식약처와 코오롱생명과학의 책임 공방을 지켜 본 또 다른 의료계 인사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잡초 같은 생명력을 유지하는 게 세포다. 인보사 사태는 제대로 개발 과정을 밟지 않은 채 잡초를 잔뜩 넣어서 환자에게 준 것이나 다름 없다. 제대로 검증을 했으면 없었을 일이다. 생산자나 관리자 모두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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