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한국화를 전공하던 미술학도가 새로운 꿈을 찾아 환자를 돌보는 남자 나이팅게일이 됐다. 간호사가 된 그는 생명의 최전선에서 헌신하는 간호사들의 모습을 그림에 담기 시작했다. 그의 그림은 동료들에게 말보다 따뜻한 위로가 됐다.
'웹툰 그리는 간호사' 가천대 길병원 내과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오영준(33) 간호사의 이야기다.
학창시절 화가를 꿈꾸며 미대 입했던 그는 한국화를 전공하던 중 입대하게 됐다. 그러나 군 생활 중 진로에 대한 고민 끝에 그는 전역 후 가천대 간호대로 편입했다.
졸업 후 2012년 가천대 길병원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환자의 중증도가 높은 중환자실에서 7년차 간호사로 근무 중이다. 많은 중증 환자들이 생과 사의 고비를 넘나드는 의료 현장에서 남자 간호사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며 맡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해 오고 있다.
간호사의 길을 걷게 된 그가 다시 그림에 손을 뻗게 된 건 몇 년 전 우연히 태블릿PC를 구입하면서다. 평소 일선에서 느끼던 동료 간호사들의 애환을 웹툰으로 표현해봤다.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애환, 인간적인 고뇌, 고충 등을 담은 그의 웹툰은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 유명세를 타며 삽시간에 전국의 간호사들로부터 ‘좋아요’ 세례를 받게 됐다.
간호사의 노고를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으며 그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사 이야기’의 팔로워는 어느덧 6만5천명이 넘었다.
SNS에서 인기작가가 된 오 간호사는 이번에 개인전도 개최하게 됐다. 간호사들이 느끼는 고충을 일반인과도 공유하며, 간호사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이나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전시회를 개최하게 됐다.
오 간호사는 “생사의 고민을 가진 환자 가족들은 의료진들이 정말로 일을 잘 하고 있는지 초조해하는 경우도 있다"며 "웹툰을 통해 환자의 쾌유만을 생각하며 절실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 간호사의 그림을 만나볼 수 있는 개인전은 6월 3일부터 7월 12일까지 가천갤러리에서 개최된다.
김양우 가천대 길병원장은 3일 전시회 개막식에서 “말보다 한 장의 사진과 그림이 주는 위로가 강렬할 때가 있는데, 오영준 간호사 그림이 많은 간호사들의 공감을 얻고 헌신과 노고를 위로하는 전시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