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최근 3년 동안 각종 의료법 위반혐의로 자격정지·면허취소 된 의사 수가 145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법원 판결에 따른 ‘행정처분 일(日)’로부터 평균 3개월이 지난 후 실제 처분을 내려 ‘늑장 처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와 함께 의사 자율징계권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각종 의료법 위반혐의로 자격정지·면허취소 된 의사 수는 1453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자격정지는 1322명이고, 면허취소는 131명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법원판결로 행정처분을 받은 날부터 실제 처분이 이뤄지기까지는 평균 3개월(97.3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다. 실제 행정처분까지 소요된 기간은 90일 이내가 720건, 91일 이상~180일 이하 564건, 180일 이상이 169건이었다.
실제로 리베이트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한 의사는 무려 504일 동안 복지부로부터 행정처분을 유예 받았다. 대리수술로 자격정지를 받은 의사가 372일 동안 처분을 미룬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처분이 미뤄진 기간 동안 진료를 계속하고 있었다.
더욱이 비의료인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의사에 대한 늑장 처분도 있었다.
한 성형외과 의사는 지난 2011년 9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비의료인에게 ‘95건’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했는데, 이를 은폐하기 위해 2015년 8월께 환자 진료기록부를 수정·삭제해 금고형을 받았다.
해당 의사의 면허취소 처분결정일은 지난해 10월 4일이었으나, 복지부는 올해 4월에야 해당 의사의 면허를 취소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행정처분 결정일과 실제 처분 개시일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보니 의사들이 병원사정·환자진료 안정성 등을 이유로 행정처분을 연기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을 때 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최 의원은 “복지부가 법률에도 없는 ‘행정처분 연기신청’을 받아주면서 자격정지·면허취소가 결정된 의사들이 수개월 넘게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료를 하도록 방치하고 있다”며 “행정처분이 엄격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자격정지·면허취소 의사 수가 1453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사 자율징계권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의사 회원이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자체적으로 징계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의협 중앙윤리위원회는 복지부에 징계를 의뢰하고 행정처분 결과를 기다린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현재 시행 중인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통해 의료계가 신뢰를 얻고, 자율징계권을 강화해가는 단계가 될 것”이라며 “시범사업에서 성과가 나온다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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