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헌법재판소가 오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 관련법 조항을 정비토록 국회에 요구한 가운데 여성계가 입법방향에 대한 견해를 내놨다.
여기에는 형법 제27장·모자보건법 제14조 삭제 등 뿐만 아니라 낙태 관련 의료보험 적용 및 약물 도입 등도 포함됐다. 하지만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해 추이가 주목된다.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미와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낙태 관련 입법과제를 제안했다.
우선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 전체를 삭제할 것을 주장했다. 형법 제27장은 제269조(낙태)와 제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 낙태)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제269조는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 ▲부녀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자도 동일한 형 ▲제2의 죄를 범해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사망 시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제270조는 의사·한의사·조산사·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모자보건법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가 명시한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전염성 질환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한 임신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 임신 ▲임신 지속으로 인한 모체 건강 위해 및 우려 등이다.
김민문정 상임대표는 “헌재 결정의 의미를 살려 법률을 개정하면 형법상의 ‘낙태죄’는 삭제돼야 하고, 낙태를 원칙적으로 처벌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제14조도 자동으로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4월 15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형법 개정안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과 비슷한 방향이다. 이 의원은 형법 제27장에서 ‘낙태죄’를 없애고, 동의를 받지 않은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또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임신 14주 이내 임산부의 경우 어떤 사유에도 구애 받지 않고 낙태가 가능토록하고, 임신 14주부터 22주 기간에는 기존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 사유를 삭제하는 대신 사회·경제적 사유 등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낙태에 필요한 의료 서비스 접근을 위한 인프라, 약물적 방법의 도입, ‘낙태=의료행위’ 명확화, 낙태 관련 의료보험 적용 등도 주장했다.
그는 “피임약을 제외한 피임시술은 경제적 취약 계층이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담되는 금액이기 때문에 의료보험 적용 등을 통해 접근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낙태 의료인 처벌, 진료 거부나 동의 요건 등은 의료법과 동일하게 판단토록 했는데 이는 의료계 내부에서 제기된 양심에 따른 진료 거부 등과 충돌하는 지점이기 때문에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 산부인과 의사가 “‘종교적 양심’에 따라 낙태수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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