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통계에 따르면 의사들 수명은 다른 직업군에 비해 길지 않다고 합니다. ‘100세 시대’에서 의사들은 제외될 거라는 우스갯소리가 병원가에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른 직업군보다 10년 빨리 죽지 말고 3년만 빨리 죽자는 농담 반, 진담 반인 생각에서 이번 학술대회의 부제를 정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들의 암 유병률이 높고 수명이 짧다는 연구 결과 등이 쌓여가며 '의사의 건강 관리'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고도일 서초구의사회 회장[사진]은 23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제12회 강남 4개구 의사회 합동 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의사들도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과 관련한 개인건강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학술대회는 강남구, 강동구, 송파구, 서초구 등 강남 4개구 의사회가 합동으로 개최했으며, 사전등록 1100명과 현장등록 200명 등 총 1300여 명이 등록했다. 학술대회 부제는 ‘의사로서 100세 살기’다.
“의사들 스트레스 등 많은데 건강관리 못해 수명 짧아"
행사 주최를 맡은 서초구의사회의 고 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처음으로 합동 학술대회를 토요일이 아닌 일요일에 개최하게 됐는데, 소중한 주말시간을 빼앗는 만큼 회원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행사를 구성해보자고 생각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에는 회원들이 건강을 챙겨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자는 취지로 행사 프로그램은 만성병, 영양제,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최신지견과 생활 속 건강관리에 관련된 내용으로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앞선 연구에 따르면 의사는 타 직종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암이 발병할 확률 또한 높다. 의사들의 일상 속 건강관리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지난 2018년 미국 노동부 직업 정보 네트워크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위 10개 직업 중 6개가 의료종사자였다. 가장 스트레스도가 높은 직업은 비뇨기과 전문의였다.
또 전혜진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조교수의 2016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사 암 유병률은 일반인보다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성 약화는 암 발생의 간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전 교수는 “일반적으로 의사는 의학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건강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모든 의사가 실제 생활에서 이를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업무 특성상 바쁜 일정과 스트레스, 생활습관의 변화 등이 암 뿐만 아니라 비만을 비롯한 대사증후군 증가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라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의사 평균 수명이 일반인보다 짧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 2000년 유승흠 연의대 교수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사 평균 수명은 61.7세로, 통계청이 발표한 1995년 평균 수명 73.5세보다 12년 정도 짧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동승 강동구의사회 회장은 “자고 나면 생기는 의사의 목을 옥죄는 다양한 현안들이 발생하는 요즘이지만, 날로 각팍해져가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정작 중요한 우리 자신의 삶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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