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안전성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방보형물이 이번에는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앞으로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 FDA는 최근 의료기기와 관련한 대체 요약 보고(The Alternative Summary Reporting, ASR) 데이터 총 570만 건 가량을 공개했다.
의료기기 제조사는 법에 의해 부작용 등 이상 사례를 FDA에 보고해야 하는데, ASR이란 이를 간소하게 정리하는 것이다. FDA는 특정 제품과 관련해 잘 알려져 있는 이상사례의 경우 ASR을 통해 요약 보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의 비영리 매체 KHN에 따르면 총 570만 건의 부작용 보고 가운데 유방보형물 손상이나 식염수 유출 등이 50만 건에 달했다.
엘러간, 멘토, 시엔트라사 등이 올해 신고한 사고만 6600여 건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보고된 의료기기 이상사례(7336건)가운데 인공유방이 75%(5502건)를 차지하고 있다.
본래 유방보형물은 성질상 손상 여부를 자주 확인해야 하며 오랜 기간이 지나면 교체하는 것이 좋다. 부주의로 인한 파열이나 내용물 누수도 이상 사례로 기록된다. 때문에 지금까지는 그 건수가 많아도 심각하게 여겨지지는 않았다. 최근의 문제는 이에 더해 암 유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엘러간의 네트렐 등 일부 제품에서 유방보형물 관련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Anaplastic Large Cell Lymphoma, ALCL) 발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은 유방암은 아니지만 면역체계와 관련된 희귀암의 한 종류다. 이미 캐나다와 프랑스는 해당 환자 중 상당수가 某회사의 유방보형물과 연관돼 있다고 판단해 제품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다. 일본 또한 허가사항에 경고 문구를 추가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또한 “유방보형물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 발생 가능성을 알리는 환자 표준 동의서를 마련해 이달 중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암 유발 관련성 판단 어려운 실정"
유방보형물이 희귀 암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실제로 밝혀지면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들의 대규모 판매 중지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방보형물의 추적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암 발병 관련성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일례로 멘토와 시엔트라의 경우 FDA가 요구한 안전성 연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경고 서한을 받기도 했다. 시엔트라는 추적관찰을 시행하는 환자가 60% 정도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병원 상황은 어떨까. 익명을 요구한 서울 某대학병원 성형외과 A교수는 "현재는 특정 회사 혹은 특정 제품에 대한 사용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식으로 단언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A교수는 "유방보형물의 암 유발 가능성은 이미 1990년대 후반에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극히 드문 사례였기 때문에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많게는 3500건 중 1개 비율로 발생한다는 연구겨로가 등이 발표되면서 문제점이 인식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까지 결과를 확신할 만한 대규모의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도 있다"며 "표면이 거친 유방보형물 삽입시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식약처 관계자도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 발생 인과관계와 기전이 명확하지 않고 국내서 유방보형물과 관련한 해당 질환 발생 사례가 없다”며 유방보형물 관련 조치가 경고문구 추가에 그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인공유방에서 흔히 발생하는 파열 등 다른 부작용에 대해서도 중장기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향후 환자 등록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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