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중증환자가 많은 병원 안에서 심정지가 발생한 경우 3분 내 제세동을 시행하면 뇌기능이 회복될 확률이 42%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는 심정지 환자에게 제세동 시행 시간과 예후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해 제세동을 시행해야 하는 구체적인 목표시간 기준을 세울 수가 없었다.
근거 부족으로 병원 내 인력과 자원 배치 등에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심정지 환자 치료에 가이드라인이 될 전망이다.
10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응급의학과 김원영[사진 左]·김윤정 교수[사진 右]팀은 중환자실의 제세동 처치가 이뤄지기까지 걸린 시간과 환자의 4주 후 신경학적 예후를 분석했다.
지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심정지가 발생한 입원환자 1683명 중 중환자실 환자 등 특수상황을 제외한 261명에게 제세동을 시행한 결과 3분 내 제세동이 이뤄져야 뇌기능 회복률이 좋았다.
이번 연구는 미국 SCI저널인 ‘미국 의과학 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The Medical Sciences)’ 최신호에 게재됐다.
제세동은 심장 각 부분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실세동과 빠르고 불안정안 맥박을 만드는 심실빈맥 등 환자의 심장 리듬에 문제가 생겨 심장마비 증상을 보이는 경우 전기적 자극을 가해 심장 박동을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정상적인 호흡이 없는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발견 즉시 흉부압박 등의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심폐소생술 중 자동제세동기가 도착하면 이를 활용해 전기 자극을 주게 된다.
연구팀은 심정지 후 5분 이내 제세동 처치를 받은 환자를 1분단위로 나눠 환자의 4주 후 예후를 분석했다. 그 결과 3분 내에 제세동이 이뤄진 경우 환자의 뇌기능 회복률이 42.1%였지만, 3분에서 5분 사이에 제세동이 이뤄진 경우 26.9%로 크게 떨어졌다.
신경학적 예후는 환자의 뇌기능 회복률을 1단계부터 5단계로 나눠 평가한다. 심정지 환자들의 생존 후 일상생활 수행 여부 등에 대해 외래 추적 관찰과 전화 인터뷰로 상태를 판단했다.
1단계는 심정지 전과 거의 차이 없는 생활이 가능하며, 2단계는 단순 작업과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상태다. 3단계 이상부터는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중증 뇌기능 장애로 이번 연구에서는 1단계와 2단계에 해당하는 환자 비율을 조사했다.
일반적으로 병원 밖에서 발생한 심정지 환자는 1분이 지날 때마다 생존 가능성이 7~10%씩 떨어지며 생존을 한다고 해도 뇌기능 회복률은 4.2%로 매우 낮다.
환자의 생존과 삶의 질을 위해선 빠른 처치가 시행돼야 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특히 심장에 전기적 자극을 주는 제세동이 필요한 심정지 환자의 경우 가능한 빠르게 제세동을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즉각적인 제세동 처치를 한다는 것은 설비가 잘 갖추어진 의료기관에서도 어려운 일이다. 심정지 발견 즉시 의료진이 가슴압박 등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수는 있지만 제세동기를 가지고 오기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김원영 교수는 “이 결과는 자원이 한정된 병원 등의 시설에서 앞으로 심폐소생술 장비를 배치하거나 인력을 활용할 때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응급의학과 김윤정 교수도 “중증환자가 많은 병원 특성상 제세동 처치를 받은 입원환자가 4주 후 생존한 확률은 48.3%였지만, 생존환자들의 삶의 질은 제세동 시간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는 만큼 3분 내 처치가 진행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