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치매환자 수 증가 폭이 심상치 않다. 2008년 국가에서 전국적으로 실시했던 치매 유병률 조사 결과 약 42만명이었던 치매 환자는 10년이 지난 지금 약 75만 명을 기록하며, 10년 만에 79%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치매와 밀접하게 연관된 사람의 수도 증가했다. 치매환자의 배우자와 자녀세대까지 포함하면 치매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국민은 약 375만 명으로 추산된다 .
그렇다면 치매환자 수 증가속도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의 발견이다.
경도인지장애란 나이가 듦에 따라 발생하는 건망증과 치매에 의한 기억장애 사이의 중간 상태를 일컫는 것으로, 치매 전 임상단계를 지칭한다.
조기에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가장 빨리 발견할 수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경도인지장애는 치매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중요한 개념으로 떠올랐다.
수치적으로 보자면 경도인지장애는 치매환자를 선별하는 간이정신상태검사(MMSE, The Mini-Mental State Examination) 결과 26점 내외의 환자를 말한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기억력이 어느 정도 감소하나 일상생활 수행능력은 유지되기 때문에 자칫 치료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다. 그러나 이들은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환자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65세 이상 환자의 치매 전환율은 10~15%로 , 경도인지장애가 없는 시니어 층의 치매 전환율 보다 5배 이상 높다.
이러한 국내 경도인지장애 환자 수는 2010년 약 2만 3천명에서 2018년 약 23만 명으로 10배 정도 증가하였으며 , 최근 경도인지장애 발병 연령 또한 낮아지고 있어 치료적 개입이 더욱 중요해졌다 .
경도인지장애는 알츠하이머형 치매로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는 점에서, 경도인지장애 치료 자체가 치매 치료 목표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
이에 사회적 관심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 최근에는 경도인지장애 환자들 중에서 어떤 사람이 치매로 전환될 것인가를 미리 밝힘으로써 치매 조기 치료의 측면에서 유용한 자료로 이용될 수 있어 이와 관련된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아직 경도인지장애의 약물 치료에 대한 뚜렷한 지침은 없으나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인식 제고를 통해 조기 진단 및 관리가 활발해지면, 치매로 이행되는 환자 수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경도인지장애 환자 관리는 환자가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을 늘려주며, 치매로 이환되기까지의 시간을 벌어줘 환자와 가족이 치매 이후 삶에 보다 잘 대비할 수 있게 해 준다.
올해 초 치매환자를 소재로 한 드라마 제목처럼 치매는 이른 시기부터 대비할수록 ‘눈이 부시게’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치매환자 수 증가에 제동을 거는 하나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