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결정을 내리자 게임업계는 산업 발전이 저해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WHO의 결정에 대해 게임업계 만큼 놀란 사람들은 또 있었다. 가장 흔한 게임중독 위험군으로 여겨지는 중고생들 부모다.
게임량이 다소 많다고 해서 다짜고짜 정신건강의학과에 데려가는 것은 부담스러웠던 학부모들은 동네 한의원을 찾는 등 차선책을 찾는 상황까지 초래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초기 중독증상을 보일 때 정확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오히려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중독증상을 보이는 경우, 중독 외에도 우울이나 불안, 집중력 결핍 등의 정신의학적 문제나 학교나 직장, 가족 내에서의 갈등을 같이 진단하고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정신과를 찾아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보완책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지역정신건강센터다.
황재연 하남정신건강복지센터장(강동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은 “대부분의 진료와 마찬가지로 정신건강의학과 역시 초기 진단 및 진료가 중요하다”며 “중독 증상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고 말문을 열었다.
황 교수는 "정신질환의 경우 초기 진단 및 치료 중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정신과 병·의원 찾기 부담스러운 학부모들에 낮은 문턱 제공”
황 교수는 "다른 의학적 문제와 마찬가지로 정신질환의 경우도 조기 진단 및 치료의 중요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라면 종종 보게 되는 경우인데, 조현병으로 처음 내원한 환자들 중에는 이미 상태가 심각해지고 만성화된 상태에서 오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며 “만일 5년 정도만 일찍 치료를 받았으며 충분히 완치되고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청소년이나 젊은사람 일수록 빠르게 증상을 진단하고 치료 등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정신과 치료를 부담스러워하는 일반 환자들이 초진에 부담감을 느끼며 병원을 찾는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심리적 부담감이 덜한 지역정신건강센터가 보완자적 역할도 주목된다.
예를 들어, 본인과 가족의 증상이 정신적 문제인지 ‘아리송’한 상황에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을 주저하는 이들이라면 정신건강센터를 방문해 상담 받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하남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전문요원의 상시 상담 외에도 매주 화요일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무료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기회를 활용해 가볍게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 교수는 “기본적으로 치료는 정신의학전문의에게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만 우선 병원을 방문하는 것에서 부담감을 느낄 때 센터를 방문에 간단한 상담을 먼저 받아보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지역건강센터 벤치마킹, 국내 도입 20년 넘었는데 아직 사회적 요구 부흥 힘들어"
황 교수는 생활권 가까이에서 주민에게 접근할 수 있는 지역정신건강센터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원래 구미 선진국과 일본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만든 모델로, 지역민이 살고 있는 곳 가까이에서 정신건강 위험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만성질환자가 집 가까이에서 재활하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며 “한국에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고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지역정신건강센터의 규모도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그는 "센터가 처음 생길 때는 전문요원 2명과 비상근 정신과 의사 1명으로 시작됐는데, 방문자 수가 많아지면서 예산도 확충되어 상근 인력이 10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중독과 같은 ‘일상 속 중독’을 상담 및 치료하기 위해 센터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그는 "현재 센터에서는 정신건강문제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산전후 우울예방 프로그램과 취약계층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정서지원프로그램 등 병의원에서 시행하기 어려운 예방사업이나 공공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게임중독, 우울증 같이 갈수록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향상되고 있어 지역민들의 이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 역할이 증대되는 추세에 맞게 전문인력이 보강돼야 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교수는 “미국의 경우 한 센터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여러 명이 상주하면서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흔한데, 국내에는 200개가 넘는 센터 중 전문의가 상주하는 경우는 불과 몇 개소에 지나지 않는다”며 “우리 나라에서도 센터가 지역주민의 피부에 보다 와 닿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전문의를 상주시키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 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