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문재인케어 시행 후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전면 반박하는 통계가 제시돼 관심을 모은다.
상급종합병원 보다는 오히려 종합병원의 진료비 증가 폭이 더 크다는 분석으로, 보장성 강화로 인한 환자쏠림 우려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주장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허윤정 심사평가연구소장은 19일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실 주최로 열린 ‘대형병원 환자집중 현항 분석을 위한 전문가 대토론회’에서 이 같은 자료를 제시했다.
허윤정 연구소장[사진]은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의 허상에 대한 문제를 짚었고 이를 증빙할 분석자료도 함께 공개했다.
그동안 제시됐던 많은 통계자료들은 진료시점이 아닌 심사시점을 기반으로 나왔기 때문에 진료비 증가율 등에서 오류가 존재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번에는 환자가 직접 의료기관을 방문한 진료시점을 중심으로 통계를 작성한 결과 우려할 정도의 대형병원 쏠림은 보이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실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연도별 진료비 점유율을 살펴본 결과, 상급종합병원은 전체 진료비의 17~18% 수준을 유지했고 입원 진료비는 35~38% 선에 머물렀다.
문케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7~2018년을 구분해도 진료비는 종합병원만 다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고, 그 외 요양기관은 유지 또는 감소세였다.
이 기간 전체 외래 진료비는 11.4%가 올랐고 입원 진료비는 11.9% 증가했다. 상급종합병원 외래 및 입원 진료비는 평균보다 낮은 11.2%, 10.8%로 집계됐다. 반면 종합병원급은 12.3%, 15.2%로 상급종병 대비 증가율이 가팔랐다.
이를 종합해 전체(외래+입원) 진료비 증감률을 따져보면, 2008~2017년 전체 증가율은 7.7%로 집계됐고 상급종합병원은 9.3%로 확인됐다. 빅5 병원은 9%였다.
2017~2018년 기준으로는 전체 11.6% 중 상급종합병원 10.9%, 빅5 병원은 13.8%였다. 종합병원급은 14.2%, 의원급은 10.8%로 조사됐다.
문케어 시행 후 진료비 증감은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의원, 병원 순이라는 분석이다. 상급종합병원과 의원급의 진료비 증가율은 유사하다는 결론이다.
허윤정 소장은 “지난해 상급종병 진료비 증가율이 20% 후반대를 넘겼다는 등의 통계는 실제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한 시점의 데이터가 아니라 심사가 완료된 시점임을 강조하고 싶다. 실제로는 절반 수준도 안되는 10%대에 머물러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이 심화됐다고 보기에는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 의료이용은 보장성 강화 외에도 고령화, 민간보험, 교통발달, 검진 확대 등 다양한 요인이 있는 만큼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대형병원·환자집중 개념 정리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형병원과 환자쏠림에 대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공공의학과 이진용 교수는 “어디까지를 대형병원으로 볼 것이며, 어디까지를 환자집중 또는 쏠림으로 볼지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게 선결과제”라고 진단했다.
그래야만 문제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책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료량을 비롯해 진료구성비, 진료기능 등을 구분해 어떠한 경우 환자 쏠림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는지 정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의 고유 목적 또는 지정기준에 벗어난 의료이용은 부적절하며 이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을 환자 쏠림으로 볼 것인지 등 구체화된 정의가 수반돼야 문제를 풀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단순진료질병군(중증도 C)+외래 경증질환 100개 ▲일반진료질병군(중증도 B)+단순진료질병군(중증도 C)+외래 경증질환 100개 ▲입원 중증도(B+C)+외래 경증질환 100개 등 세분화된 기준으로 쏠림을 진단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