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최근 첨단의료기술 분야에 있어 보건복지부가 아닌 타 부처에 의해 추진되는 소위 복지부 패싱 사업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최근 시민사회 및 의료계의 강한 반대로 논란이 되고 있는 규제자유특구 사업은 중소기업벤처부 주관으로 진행되고 있다.
규제자유특구란 지역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특례와 지자체·정부 투자계획을 담은 특구계획에 따라 지정된 구역으로, 지역의 산업·연구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지역단위의 규제샌드박스를 적용해 신산업을 육성하는 제도다.
특히 강원도에서 규제자유특구 선정을 위한 핵심 사업으로 제출한 ‘만성질환자에 대한 원격진료 허용’ 방안에 대한 의료계 반발이 거세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국민 건강과 밀접한 의료정책이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아니라 중기부에 의해 발표됐다”며 “이는 정부가 의료 영역을 기업활동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반증”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형 의료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는 ‘닥터앤서’도 과학기술정통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2020년까지 총 357억원을 투자,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닥터앤서는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형 인공지능 정밀의료 솔루션으로, 전국 26개 병원과 22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까지 뇌출혈진단, 뇌동맥류 병변진단 등 8개 소프트웨어 개발이 완료돼 전국 11개 병원에서 임상을 시작했다.
과기부 측은 “올해 말 고대의료원 3개 병원에 시범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과 5G기반 AI응급의료시스템을 닥터앤서와 연계해 통합적 첨단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과기부는 데이터 생태계 조성과 혁신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한 빅데이터센터 사업 일환으로 헬스케어 빅데이터 플랫폼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주관기관으로는 국립암센터가 참여하고 있으며 삼성서울병원과 연대 세브란스병원, 건양대병원, 전북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5개 기관을 빅데이터센터로 지정해 암 진단·치료 의사 결정 및 항암 치료제 연구 개발 등에 빅데이터를 활용할 방침이다.
과기부 측은 “2021년까지 39만 건의 암 종별 메타데이터를 생산해 암 환자 생존율 향상 및 의료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는 치료약 연구에 지원할 것”이라며 “국내 낙후된 데이터 생태계를 혁신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의 ‘복지부 패싱’은 주로 빅데이터와 원격의료 등 첨단의료기술사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단체 간 입장차가 커 복지부가 앞장서서 추진하기 부담스러운 사안들이 산업계 경쟁력 제고 차원으로 탈바꿈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결국 새로운 플랫폼이 의료기관에 적용되거나 환자 진단에 활용되는 등 사업이 구체화될 경우 의료법 적용을 피할 수 없는 만큼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사실은 정부 부처도 절감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개최된 규제자유특구 의료정보 전문가 포럼에서 김영환 중기부 중소기업정책실장은 "현행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에서 생성되는 정보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만 수집할 수 있도록 돼 있어 관련 서비스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불편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원격의료 규제를 합리적으로 풀어 국민 편의를 증진시켜야 한다”며 정책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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