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뇌출혈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취객으로 오인하고 CT 촬영을 권유하지 않은 채 그대로 집으로 돌려보내 사망케 한 의사에 금고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주심 안철상 대법관)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가 제기한 상고를 기각하고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지난 2014년 5월 B씨는 만취한 상태로 A씨가 응급실장으로 근무하던 병원 응급실에 실려왔다.
당시 B씨는 진료를 받지 않겠다고 말한 뒤, 화장실 바닥에서 뒹굴며 소변기에 대변을 보고 바닥에 구토를 하기도 했다.
당직의사였던 그는 만취상태인 B씨가 진료를 받을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 보호자에게 술이 깬 뒤 내원해 검사를 받을 것을 안내하고 귀가 조치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간 B씨는 같은 날 오후 숨을 거칠게 쉬고 있는 상태로 보호자에게 발견됐고,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두개골 골절로 인한 뇌출혈로 사망했다.
이에 검찰은 "두개골 골절이나 뇌출혈을 확인하기 위해 뇌 CT 촬영을 진행하지 않고 보호자에게도 알리지 않으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A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A씨는 B씨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한 상태였고, 당시 환자 상태를 봤을 때는 뇌출혈 증상을 보이지 않아 귀가조치를 한 것이라 진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B씨가 보인 행동이 일반 주취자들과 달라 A씨가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가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고함을 지르는 등 일반적인 주취자의 행동을 보이지는 않았다"며 "응급실에 내원한 경위, 당시의 증상, 응급실 내에서 보인 증세와 상태를 제대로 진찰했더라면 두개골 골절 또는 뇌출혈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환자가 주취 상태임에 따라 CT촬영이 어려운 상황이었어도 필요시 검사를 진행해야 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만취한 환자여도 상태를 예의주시하고, CT 촬영을 하도록 노력해야 했다"며 "만약 곧바로 검사를 시행할 수 없는 상태여서 부득이 퇴원 조치를 했다면, 보호자에게 뇌출혈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해 피해자가 이상 증세를 보이는 경우 즉시 내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 판결이 타당하다고 판단, 의사 A씨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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