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를 둘러싸고 한약사와 약사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보건복지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양측 모두 답답한 상황에 놓였다.
‘일반의약품 판매 논란’을 비롯해 한약사의 불명확한 업무범위로 인한 각종 문제점이 최근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어 이에 대한 복지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한약사 일반의약품 판매 행위와 관련해 기존 방침을 유지할 계획으로 파악됐다.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지만 처벌이나 규제를 할 법적 근거는 없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행 약사법에 의하면 한약사는 한약과 한약제제에 관한 약사업무를 담당한다. 그러나 현행 의약품은 전문약과 일반약 두 종류로, 한약제제라고 따로 분류된 제품은 없다.
그런데 현행 약사법은 한약사가 약국을 개설할 수 있다. 그리고 약국을 개설한 자는 의사 처방 없이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
이에 약사들은 “한약사가 처방없이 판매할 수 있는건 한약제제 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한약사 측은 “약국을 개설할 수 있으므로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며 상호 엇갈린 해석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조제와 관련한 업무는 명확히 구분되지만 의약품 판매는 한방분업이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법을 정비하지 않는 한 직능 간에 해석이 여러 갈래로 나올 수밖에 없다”며 관련법이 ‘입법불비’상태임을 거듭 강조했다.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가 최근 새삼 논란이 된 건 지난 7월 22일 복지부가 대한약사회(약사회)와 대한한약사회(한약사회)에 ‘약사와 한약사 면허에 따른 업무범위 내 준수요청’ 공문이 알려지면서다.
공문에는 “약사법에 의해 약사 및 한약사는 각각 면허범위에서 의약품을 조제해야 하고 제48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한약제제가 아닌 일반의약품의 경우에 봉함된 의약품 용기나 포장을 개봉해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며 관련법 준수를 당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공문의 해석을 두고 한약사회와 약사회가 각각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한약사와 약사 업무범위 논란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가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놓자 약사회는 “복지부가 사안을 미루고 있다”며 비판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한약사와 약사 간 업무범위 불명확함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데 복지부는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다”며 “관련 공문이 또 다시 논란이 되자 다시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 같아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모호한 업무범위로 인해 누구보다 불안한 건 한약사들이다. 불법도 합법도 아닌 영역에서 ‘눈치껏’ 처신해야 하는 입장이 돼버렸다.
한약사회 관계자는 “관련 규정이 모호한 상황에서 일반약 판매 비중이 높은 한약국들은 불안해하며 운영을 하고 있다”며 “정정당당하게 자격을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운영해야 하는지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또 복지부의 갈팡질팡하는 모습도 문제라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2014년에는 한약사측 입장에 가까운 유권해석을 했지만, 이번에 보낸 공문을 보면 약사쪽 입장에 더 가까운듯한 모습을 보였다”며 복지부는 마치 ‘갈대’같다고 지적했다.
다만 두 단체 모두 복지부가 최대한 빨리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선 동의했다.
한약사회 관계자는 “무엇보다 복지부가 한약사들 의견을 공식적으로 수렴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약사회 관계자도 “복지부가 구심점이 돼 공론의 장(場)을 만들어줄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며 “더 이상 혼란이 가중되기 전에 한방과 관련된 각종 제도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