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한의계가 손해보험협회와 손을 맞잡고 추진 중이던 한방 실손보험상품 개발이 잠정 중단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한의계가 한발 물러선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계속해서 높아지자 보험업계가 여러가지 '꼬투리'를 잡으며 한방의 실손보험 진입을 저지하고 있다는 것이 한의계측 설명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의계(대한한의사협회·대한한방병원협회)와 보험업계(생명·손해보험협회)가 지난 2015년 업무협약을 맺고 추진했던 한방 실손보험 상품 개발은 잠정 중단됐다.
한방병원협회가 실손보험 상품 개발을 위해 보험개발원에 제공한 환자정보가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며 전량폐기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방병원협회가 수집한 정보는 환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은 제외된 비식별 정보였다. 환자 동의를 받지는 않았지만 이를 활용해 보험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지 정부당국에 유권해석을 의뢰할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의업계는 자진해서 유권해석 의뢰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숙원사업'이었던 한방실손보험 상품 개발에서 이토록 쉽게 물러난 까닭에 대해 한의계는 "보험협회의 어깃장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손해율 상승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보험사들이 한방 치료의 실손보험 진입에 예전보다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의협 관계자는 "유권해석을 통해 비식별화된 정보활용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어도 보험협회는 또 다른 이유로 제공된 정보가 적절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정보가 지나치게 오래됐거나 하는 식의 얘기를 했을 것"이라며 굳이 유권해석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방병원 관계자는 "실손보험상품 개발은 보험사와 같이 해야 하는 만큼 양측의 협의가 필수적"이라며 "무리해서 밀어붙이기 보다는 보험협회 쪽에서 만족하는 데이터를 새로 모으는 것이 낫겠다는 결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처음 상품개발이 추진됐던 2015년과 달라진 작금의 한의계 상황도 '한 발 물러난' 원인으로 작용했다.
주요 한방치료인 추나요법이 올해부터 급여화됨에 따라 실손보험에 의해 보장받게 됐기 때문이다.
또 다른 주요 한방치료인 첩약도 연말 급여화 시범사업이 예정돼 있다.
물론 한의계는 한방실손보험 상품 개발 자체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의협 관계자는 "모든 한방치료의 보장성 확대는 국민 건강을 위해 필수적"이라며 “2009년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에서 별다른 명분도 없이 한방비급여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앞으로 이 부분을 정부당국에 강력하게 건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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