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건강보험 보장성과 더불어 의료공급체계의 효율화 및 재정 안정화를 목표로 하던 문케어가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킴에 따라 공공병원 경영난 등 공공보건체계 구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예산제 도입 혹은 공공병원의 비영리특수법인으로의 전환을 통해 공공병원 정의와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3일 서울시립대학교 및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문재인케어와 공공병원 미래’ 심포지엄에서 최병호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보건대학원장[사진]은 “문재인케어는 의료서비스 공공성 강화와 더불어 의료공급 공공화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보장성 확대로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이 가속화되면 공공병원도 경영난이 가중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최병호 원장에 따르면 문케어는 ‘병원비 걱정없는 든든한 나라’를 시작으로 의료공공성 강화, 보장성 및 의료전달체계와 재정 효율화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공급자 협조 및 의료소비자 선호 문제로 인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 원장은 “공공병원은 초기에 민간 주도 의료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데 주력했다. 이어 낮은 질적 수준과 만성적자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법 개정을 통해 민간병원이 공공의료 기능을 일부 수용하도록 했으나 역시 큰 성과가 없었다”며 “2017년 문케어 시행 이후에는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심으로 한 공공병원체계를 구축하는 계획을 수립했으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병원을 국가 및 지자체 소유가 아닌 계약관계에 있는 비영리특수법인으로 전환해 자율 및 책임을 부여하고, 공공병원 간 네트워크를 활용해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탈공무원화, 연공급보수 폐지를 통해 공공병원을 혁신하고 민간병원 또한 공공재정 등 공공성의 제약을 수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용진 교수 "공공병원의 임상적 리더십 확보 매우 중요"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도 “의사 수가 증가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급자들이 빠르게 통제기준에 적응함에 따라 정부 통제는 한계에 도달한 모양새다. 현 정부가 총리실 산하에 공공병원협의체를 구성했으나 아직까지는 초기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공공병원 예산제를 통해 고질적인 재정문제를 해결하고, 임상적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교수를 파견하거나 대학병원의 위탁도 생각할 수 있다”며 “임상적 리더십의 확보는 공공병원의 정책적 리더십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공공병원 ‘착한 적자’는 진짜 착할까
그러나 공공병원의 이른바 ‘착한 적자론’에 대해서는 보다 정확한 분석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태현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대부분의 공공병원은 원인과 규모는 다르지만 만성 적자를 경험 중이다. 그러나 공공병원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타당한가에 대해서도 짚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현 교수는 “보건복지부의 지방의료원 공익적 비용 계측 연구에 따르면 지방의료원의 공익적 비용은 약 812억원으로 총손실의 61%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공공병원이 수행하는 일부 공공사업 및 공익적 진료 기능을 제외하고는 민간병원과 차별성을 나타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모 정부 관계자로부터 ‘국립의대와 국립대병원에 세금이 많이 투입되고 있는데 돈을 받을 때만 공공의료를 한다고 하고 역할 수행시에는 민간기관처럼 하고 있다’는 푸념을 들었다”며 “보다 많은 국민들로부터 지지와 호응을 받기 위해서는 설립주체에 상관없이 의료기관 운영시의 착한 적자가 어떤 것이며, 얼마나 많은 비용을 발생시키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김우현 부연구위원 또한 “국비 및 지방비로 지원되는 지방의료원의 국가 재정 투입 규모는 지난 5년간 연평균 기관당 33~55억원에 달한다”며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의료 및 분만취약지 지원, 국가암관리사업, 응급의료기관 지원발전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책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정부의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에 따르면 공공병원의 지역책임 의료기관의 역할 및 중진료권 내 지역책임의료기관 부재 시 공공병원 신축, 의료 취약지 건강보험 수가 가산체계, 권역의료책임기관으로부터의 인력 파견 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이 추진돼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입원 환자 이용률, 특히 의료급여 환자의 입원 점유율에서 민간 병원 대비 눈에 띄는 점유율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공공병원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따라 정부 재정 지원 방향 및 그 규모는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