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잇따른 효용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치매 예방약 ‘콜린알포세레이트’(글리아티린)이 이번에는 건강보험 재정 낭비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약사단체가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의 직무유기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기 때문이다. 합리적 급여 기준을 설정하지 않아 건강보험 1조원이 낭비됐다는 것이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27일 감사원에 이 같은 내용의 공익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이탈리아 제약사 이탈파마코(Italifamaco)가 개발한 뇌기능 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치매 전(前) 단계의 가벼운 인지장애를 치료하는 치매 예방약이다.
‘뇌 영양제’로 알려지면서 신경과, 내과는 물론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안과에서도 처방된다. 국내에서는 127개 제약사에서 총 238개 제네릭이 생산된다.
지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콜린알포세레이트 건강보험 청구 건수는 매년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해 300만건, 청구금액은 1조원을 상회한다.
지난해 기준 건강보험 성분별 청구순위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원외처방 품목 중 1위를 차지한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은 766억8297만원어치가 처방되며 2017년 대비 22.9% 성장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효용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 약은 이탈리아·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베트남 등에서만 의약품으로 사용되며,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받았다.
지난 2월 미국 FDA는 인지능력 개선 효과가 있다고 콜린알포세레이트를 광고한 회사에 잘못된 정보로 환자를 호도했다는 이유로 제제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앞서 일본 후생성은 1999년부터 관련 약제들의 뇌기능 개선 효과를 의심, 대대적인 재평가를 시행해 최근 해당 제품을 대거 퇴출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급여 기준은 △뇌혈관 결손 또는 퇴행성 뇌질환에 의한 증세 △감정·행동 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으로 크게 구분된다.
이 중 2·3번째는 특정 질환에 의한 증세라고 보기 어려운 대다수 노약자에게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하지만 해당 약제는 대부분 2·3번째 증상으로 처방된다.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 범위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사항과 전적으로 동일하지만, 약제 급여 원칙에서는 허가 사항과 급여 내역을 엄연히 다른 기준에서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식약처는 제품의 안전성·유효성만을 판단하며, 심평원은 이를 근거로 약제의 비용효과성을 판단해 급여 범위를 결정한다.
식약처 허가 당시 제출 자료는 ‘퇴행성 뇌질환 환자 대상 임상시험’이다. 현재의 허가 사항인 ‘감정·행동 변화’와 ‘노인성 가성우울증’은 퇴행성 뇌질환과는 관련이 없는데도 해당 약제를 무분별하게 쓰이는 근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은 2017년 국정감사 서면 질의를 통해 심평원에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한 글리아티린 등과 같은 약제에 대한 약제비 절감 대책'을 질의했다.
당시 심평원은 “약제의 외국 허가 현황·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관련 자료 등을 보다 더 면밀히 검토해 약제비가 낭비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급여기준을 설정하겠다”고 답했다.
건약 관계자는 “재정 누수를 방치하는 심평원과 보험급여를 실시하고 이를 관리·감독하는 책임을 지는데도 약제비 비중이 상당한 등 약제 관리에 실패한 복지부에 대해 직무유기 감사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근거 없는 효과를 허가한 식약처와 고가의 약가를 지출하고 있는 건보공단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며 “철저한 감사가 이뤄져 의약품을 둘러싼 기관들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국내 약제비 비중은 21.3%로, OECD 평균 16.1%보다 월등히 높다. 2016년 15조4287억원, 2017년 16조2000억원, 2018년 17조8669억원에 달한다. 건강보험 재정에서 약제비 부담이 상당해 효율적인 관리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