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가 멈췄다.
행안위 법안소위에서는 복지부가 추진 중인 ‘보건의료 빅데이터 구축사업’ 관련 핵심 법안인 ‘개인정보보호법(개보법)’ 개정안이 논의될 예정이었는데, 자유한국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 의결에 반발해 의원총회를 열면서 개보법 심사는 미궁 속에 빠지게 됐다.
29일 복수의 행안위 의원실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행안위 법안소위는 자유한국당 의원총회가 길어지면서 결국 문을 열지 못 했다. 여야 법안소위 위원들은 향후 일정조차 논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위 의원실 관계자는 “자유한국당 의원총회가 길어지면서 법안소위가 취소됐다”며 “행안위 간사들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아 법안소위 향후 일정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개인 의료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를 샀던 개보법 개정안의 향배를 알 수 없게 됐다. 물론 개보법 개정안이 사실상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이고 이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반대도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법안소위가 열리지 않으면 행안위 전체회의,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 상정이 불가능하다.
개보법 개정안은 복지부가 중점으로 추진하고 있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구축사업’과 맞닿아 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구축사업은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국립암센터·질병관리본부 등에 산재된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연계·분석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개보법 개정안은 개인정보와 관련된 개념체계를 개인정보·가명정보·익명정보 등으로 명확히 하고, 가명정보는 통계작성·연구·공익적 기록보존의 목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서로 다른 기업이 보유한 정보집합물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안시설을 갖춘 전문기관을 통해 결합하고, 전문기관 승인을 거쳐 반출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가명으로 처리된 개인정보를 민간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열어 준 것이다.
이 때문에 보건의료계 시민단체에서는 의료기록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기업 등이 사용한다는 점에서 꾸준히 반대의사를 밝혀왔다.
의료연대본부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하게 되면 정보주체 동의 없이 기업 등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며 “특히 보건의료분야는 정신질환·성병 등 민간한 정보가 포함돼 있고, 가명으로 처리한다고 해도 다른 정보와 결합해 신상이 밝혀질 경우 개인은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국무총리 산하로 위상이 약화됐고, 제약사·의료기기업체·보험사 등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데 치중돼 있다”며 “정부가 개인정보보호에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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