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의료인의 의료기관 중복개설을 금지하는 일명 ‘1인1개소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결정이 나왔다.
최근 대법원의 1인1개소법을 이유로 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은 부당하다는 판결 이후 법조계 예상과 엇갈린 결과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1인1개소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는 네트워크 병원은 앞으로 형사처벌에 대한 높아진 부담을 감수하며 운영하게 됐다.
29일 헌재는 의사 한 명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을 금지하는 의료법 제33조 8항(일명 ‘1인1개소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합헌을 결정했다.
위반사항에 대한 벌칙조항인 제87조 1항 2호에 대해서도 합헌 판결을 내렸다. 해당 법은 1인1개소법 위반에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정한다.
1인1개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건보공단에게 약 280억원의 요양급여 환수처분을 받은 튼튼병원의 A원장이 지난 2015년 헌법소원을 낸지 5년 만이다.
헌재는 의료행위 질을 유지하고, 의료기관 영리추구와 공공성 훼손 및 의료 양극화를 막기 위해 제정된 법에 위헌성이 없다고 봤다.
헌재는 “현재 우리나라의 취약한 공공의료 실태와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적정한 의료를 제공해야 하는 국가 의무를 종합했을 때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현재 1인1개소법과 관련해 수백억대의 요양급여환수 취소 소송에 휘말린 상태인 건보공단은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김준래 국민건강보험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변호사)는 “헌재는 의료기관 개설과 운영은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이뤄져서 안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며 “이번 판결에 따라 형사처벌의 규정이 여전히 유지되기 때문에 복수 의료기관 소유자는 운영을 유지하기 어려울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헌재가 벌칙조항의 합법성을 재확인함에 따라 네트워크병원 입장에선 징역형에 대한 부담감이 더해졌단 것이다.
다만 이날 심판에서 ‘다른 의료인 혹은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는 의료법 제4조 제2항에 대한 선고는 미뤄졌다.
김 변호사는 “행정상에 따른 사정때문에 지연된 것으로 보이는데, 오늘 선고에 모순되는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을 거라 본다”고 내다봤다.
반면 대표적인 네트워크 병원 유디치과는 헌재 판결에 “선진화된 의료기관의 가능성이 막혔다”며 유감 입장을 밝혔다.
진세식 유디치과협회 회장은 “최근 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는 네트워크 병원에 대한 요양급여환수처분 취소 판결들을 통해 네트워크 병원 운영의 합법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이번 헌재 판결로)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경쟁력을 가진 의료기관이 등장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법조인들은 헌재 결정에 의문을 표했다. 공익이나 비영리성 추구라는 주관적인 판단기준에 초점을 맞췄단 지적이다.
1인1개소법과 관련한 소송을 맡았던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명확성이 필요한 형사처벌법규에 법관 개인의 관념이나 경험이 반영돼 아쉽다”며 “또 최근 대법원이 관련해 병원 측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한 타협적 결정이 아닌가도 싶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공익적이어야 하는 건강보험 행정 사건에서 1인1개소법의 위법성이 크지 않다는 것과 연결되지 않은 점도 있다”고 언급했다.
의료계는 의료영리화 방지 차원에서 헌재 결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사무장병원 난립 등 의료영리화에 대한 우려로 합헌 결정이 내려진 걸로 판단된다”며 “의료영리화는 국민 건강에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섣부른 논의가 이뤄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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