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국립암센터 파업 사태가 간호사 인권 논란으로 비화되는 분위기다. 암센터 외부에서도 열악한 간호사 근무환경에 대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암센터 노사는 추석 연휴기간인 9월14일~15일 2차 교섭을 재개했지만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간호사 인권 논란 발단은 청와대 국민청원이었다. 지난 9월10일 게재된 ‘국립암센터 근본적인 구조를 바꿔주세요’라는 제하의 청원은 하루 만에 참여인원 5000명을 모으는 데 이어 15일까지 7000명을 넘었다.
특히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등 간호사 커뮤니티 등에 공유되면서 공감을 넘어 공분 기류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국립암센터 간호사로 추정되는 청원인은 △시간외 수당 미지급 △현장근무 직원들에 불리한 직급 배분 △낮은 연봉 상승률 등을 지적했다.
이에 다수 간호사 및 간호대생들은 “간호사이기 전에 노동자고 사람이다. 의료인이 살아야 환자도 산다”며 청원인을 응원했다.
국립암센터 간호사 업무환경 문제는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명연 의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약 5년간 국립암센터에서 조기 퇴사한 간호사는 334명이며, 평균 이직률은 12.1%, 평균 근무기간은 약 3.1년이다.
특히 간호사 평균 이직률은 여타 상급종합병원의 9% 보다 높은 10% 이상을 꾸준히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은 이직률은 지역 의원을 포함한 전체 의료기관의 이직률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평균 근무연수는 민간병원보다 5년 정도 더 짧았다.
간호계 한 인사는 “국립암센터와 같은 의료기관에서 간호사 이직률이 이처럼 높은 것은 근무환경과 무관치 않다”며 “이번 파업을 계기로 근무환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자들은 노사 대립에 따른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암환자 입장에서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 일정이 의료적 이유가 아닌 노사분규로 변경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일침했다.
이어 “암환자들이 원하지 않은 퇴원을 당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 낯선 치료환경에서 치료를 받았을 때 투병의지가 꺾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립암센터는 지난 2일부터 파업에 대비해 입원환자 540여 명 중 400명 이상을 동국대 일산병원과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등으로 전원시키거나 퇴원 조치를 한 바 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립암센터 이은숙 원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먼저 환자와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이은숙 원장은 “사상 초유의 파업 사태에 환자들과 국민께 송구하다”며 ”암센터 임직원 일동은 참담한 심정으로 환자들과 국민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암환자들의 눈물과 고통을 외면하지 말라”며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예정인 만큼 하루빨리 현장으로 복귀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국립암센터 노사는 지난 9월11일 1차 교섭 이후 14~15일 2차 교섭을 재개했지만 끝내 결렬됐다.
국립암센터 측은 "대부분의 노조 요구사항은 수용했으나 대다수가 노조원인 일부 직군에 한해서만 개인별 60만원 상당의 금품을 차별적으로 지급하라는 요구를 끝내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임금 총액 1.8% 인상 및 시간 외 근로수당 지급이라는 핵심 쟁점을 비롯해 △선택적 복지 포인트 30만원 추가 지급 △온콜 근무자 교통비 및 시간 외 근로수당 지급 △야간근로자 등 식비 쿠폰 지급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의 나이트 대체 근무 후 반일 유급 오프 부여 △일반직 신입직원 교육비 추가 지급이라는 요구사항은 협의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