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지난 2018년 2월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법)이 시행 중인 가운데, 환자 자기결정 한계 및 사각지대 해소 등을 위한 장(場)이 마련됐다.
여기서 의학계와 법조계는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을 이행할 수 있도록 규정한 연명의료법 제15조와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 시술을 명시한 연명의료법 시행령 제2조 4호 등을 두고 이견(異見)을 보였다.
의료계는 웰다잉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호스피스 기금 설치 등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주장을 내놨다.
17일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린 ‘고령화 사회의 법 정책 토론회: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입법적 개선방안’에서 각 계는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학계와 법조계가 이견을 보인 연명의료법 제15조는 ‘제17조에 따라 연명의료계획서·사전연명의료의향서·환자 가족의 진술을 통해 환자의 의사(意思)로 보는 의사(醫師)가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을 원하고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의사에 반하지 않는 경우’ ‘제18조에 따라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경우’ 등 연명의료중단 결정 이행의 대상을 규정한 것이다.
연명의료법 시행령 제2조 4호는 체외생명유지술(ECLS)·수혈·혈압상승제 투여 외에 담당의사가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의학적으로 판단하는 시술이다.
김천수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말기환자나 통상 환자가 연명의료를 받도록 한 연명의료법은 타당하지 않기 때문에, 연명의료법 제15조를 개정해 학설·판례 등에 따라 연명의료 보류·중단 등 허용범위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명의료법 시행령 제2조 4호에 대해서는 “연명의료 보류 및 중단의 구체적인 이행방안 즉, 어떤 시술을 보류·중단하고, 어떤 의료는 계속할 것인지에 대해 개방적인 개념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보라매병원 트라우마 등 의료계 과도한 책임 줄여야”
이에 법조계는 보라매병원 사건 등 의료계 트라우마를 언급하며, 담당의사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줄일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거나 명시적인 기준제시를 통한 방어진료 회피 등을 거론했다.
노태헌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부장판사는 “연명의료 보류·중단을 말기환자 등에게 허용하지 않는 것은 연명의료법 시행령 제2조 4호의 정의 규정에서 도출된 결과”라며 “허용범위를 넓히는 것은 연명의료와 다른 별도의 용어를 정의해 호스피스 영역에서 규율해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연명의료법 대상 범위 확대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개방적인 개념범위 설정 등에 대해서는 “의료인들에게 보라매병원 트라우마는 상당하다”며 “연명의료 보류·중단 등 이행 방안을 개방적인 개념을 사용하되, 구체적인 판단기준은 법률에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명의료 여부를 결정할 의료인에게 지워질 과도한 책임을 덜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노 부장판사는 “담당의사에 대한 과도한 책임은 연명의료 보류·중단을 소극적으로 이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담당의사가 윤리위원회에 요청해 윤리위 심의결과에 따르는 경우 면책하는 제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의료계는 웰다잉 문화 정착을 위한 입법안으로 웰다잉문화기금 조성 등을 언급했다.
윤영호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호스피스와 연명의료 및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에 관한 종합계획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금·정부 출연금 및 국민건강증진기금·기금 운영의 수익금 등을 통하고, 이를 위한 웰다잉문화기금을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