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방문목욕 재가서비스를 받는 수급자 동의하에 1인 요양보호사가 몸을 씻어주는 행위는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현행법은 수급자 안전 등을 위해 방문목욕시 2인 이상의 요양보호사가 반드시 참여토록 강제하는데, 성적 수치심과 같은 이유로 수급자가 반대의사를 밝힐 경우 예외적으로 1인의 요양보호사가 몸 씻기 과정을 제공하는 것은 합리적이란 판단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최근 재가 장기요양기관을 운영하는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소송의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앞서 지난 2014년 건보공단은 A씨가 운영하는 요양기관이 방문목욕을 제공할 때 1인의 요양보호사만을 파견하고, 또 실제로 방문목욕을 하지 않았음에도 요양급여를 청구했다며 총 3억5100여만원의 장기요양급여비용을 환수했다.
현행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수급자 안전을 위해 입욕시 이동보조와 몸 씻기 과정은 반드시 2인 이상의 요양보호사에 의해 제공돼야 할 것을 정한다.
당시 건보공단은 현지조사 결과를 토대로 A씨가 운영하는 요양기관이 수급자 146명에게 방문목욕을 제공하는 과정 일부에서 1인의 요양보호사에 의한 행위가 있었다고 지적, 3억4900만원을 환수처분했다.
또 수급자 21명에 대해서는 실제로 방문목욕을 제공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제공한 것처럼 꾸며 허위 청구를 했다며 200여만원을 환수처분했다.
이에 A씨는 방문목욕에는 기본적으로 남녀 각 1인의 요양보호사가 동행했고, 몸을 씻는 과정만 수급자와 동성인 요양보호사 1인에 의해 제공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관련 법이 방문목욕에서 2인 이상 요양보호사의 동행을 정하는 것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수급자의 신체적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자 한 것”이라며 “적절한 안전 조치가 담보되기 위해선 2인 이상 요양보호사에 의한 온전한 방문목욕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결과 함께 건보공단 손을 들어줬다.
이에 A씨는 “수급자가 이성(異性)인 요양보호사의 서비스 제공에 수치심을 느끼는 경우까지 반드시 2인 이상의 요양보호사가 ‘몸 씻기’ 과정을 제공해야 하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했다.
몸 씻기 과정에서 이성인 요양보호사가 참여토록 강제함으로써 수급자에게 수치심을 안겨주는 것은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이라고 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입법 취지에 오히려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2심 재판부는 이러한 A씨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 패소 판결을 내리고 건보공단에 환수처분을 전액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건보공단이 이에 불복하며 소송은 결국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재판의 주요 쟁점이 된 ‘몸 씻기’ 제공에 관해 대법원은 “수급자가 수치심을 느껴 이성인 요양보호사 참여를 거부하는 등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 동성 1인의 요양보호사가 몸 씻기 과정을 진행해달라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면서, 수급자 안전을 위해 2인의 요양보호사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를 강제할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처분 중 요양보호사 2인이 몸 씻기를 제공해야 함에도 1인만이 몸 씻기를 제공했음을 이유로 한 3억4900만원에 대한 환수처분은 위법하다”고 못박았다.
다만 방문목욕을 제공한 적 없음에도 허위로 방문목욕을 제공한 것처럼 지급받은 요양급여 200만원은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서 등을 검토해 다시 판단할 것을 명하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파기 환송심에서 고등법원은 방문목욕 중 몸 씻기와 관련해서 예외적으로 1인의 요양보호사가 참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을 따라 3억4900만원에 대한 환수처분 취소를 판결했다.
이어 허위 청구를 이유로 한 200만원에 대한 환수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