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최근 말초혈관 질환 시술에 사용되는 스텐트 분야에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약물을 방출하는 말초혈관 스텐트 제품 간 직접 비교(head-to-head) 연구가 시행된 것이다.
비교 대상이 된 두 제품은 보스톤사이언티픽의 일루비아 약물방출 스텐트(Eluvia Drug-Eluting Vascular Stent System)와 쿡메디컬의 질버PTX (Zilver PTX Drug-Eluting Peripheral Stent)다.
연구결과, 일루비아 스텐트는 질버 PTX에 비해 혈관의 1차 개통성 비율은 높았으며 재시술 비율도 4.5%로 절반 정도 낮았다.
스텐트 시술의 경우 재협착에 따른 부작용과 반복적인 시술을 줄이는 것이 가장 큰 이슈인 만큼 이번 연구 결과는 의료계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해당 연구에 대한 강연을 위해 얼마 전 한국을 찾은 독일 플렌스부르크 병원 스테판 밀러 교수(Dr. Stefan Müller-Hülsbeck)를 데일리메디가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Q. 최근 진행된 말초혈관 스텐트 시술에 사용되는 약물방출스텐트인 ‘일루비아’와 ‘질버PTX’의 비교 임상 연구에 참여했는데
57명을 대상으로 일루비아의 성능을 시험한 마제스틱 연구(MAJESTIC trial)의 1년간 데이터에 따르면 혈관 개통성(혈류가 정상적으로 작동해 혈액을 공급하는 것)이 90%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후 46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일루비아와 질버PTX를 글로벌 다기관 무작위 대조 연구인 임페리얼(IMPERIAL) 임상을 통해 비교했다. 현재 1년째 추적결과는 논문으로 게재돼 있고 2년째 결과 또한 일루비아가 질버PTX보다 재시술 비율이 낮았다.
또 하위그룹 연구로 병변 길이가 길거나 당뇨병과 같은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 등 다양한 그룹을 연구했는데 이 중 일본인에 대한 임상연구에서도 1차 개통성 비율이 일루비아가 더 좋았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관심을 보일 만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낮은 재시술 비율은 의료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천 명의 환자 데이터를 대상으로 미국의 메디케어 프로그램을 시뮬레이션 했을 때, 재시술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루비아가 질버에 비해 600~900달러의 절감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Q. 이외에도 두 제품 간 차이가 있다면
약물방출스텐트의 경우 약물 방출을 조절하는 데 사용되는 폴리머(polymer) 약품을 사용한다. 질버PTX에는 폴리머가 사용되지 않는다. 과거 폴리머가 함유된 스텐트에서 염증발생, 재협착, 폐색 등이 나타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있어서다. 반면 일루비아는 이런 점을 개선해 심혈관 스텐트 분야에서 입증된 폴리머를 사용하고 있다. 폴리머를 사용하면 약물 방출 수준이 적절한 양으로도 지속되기 때문이다. 이는 말초동맥병변의 재협착도 억제할 수 있다.
Q. 스텐트의 위험성과 관련해 최근 FDA에서 항암제인 파클리탁셀이 함유된 스텐트를 사용하는 환자 사망률이 증가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임상시험 분석 결과 파클리탁셀이 함유된 스텐트 시술을 받은 말초동맥질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2년 후 사망률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진 것이다. 기업들도 이를 두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임페리얼 임상연구에서는 일루비아나 질버PTX 제품에서 파클리탁셀로 인한 사망은 없었다. 현재로써는 직접적인 연관성을 나타내는 증거가 없다. 미국 FDA 분석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위험성에 대해서는 의료진이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말초혈관 스텐트 시술을 받는 환자들은 당뇨, 고혈압 등 사망률을 높일 수 있는 동반질환을 대부분 보유한다는 점도 영향이 있다고 본다. 물론 파클리탁셀의 사용이 실제 사망률과 연관돼 있는지,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낮출 것인지에 대해 연구는 계속해야 할 것이다.
Q. 말초동맥질환 치료법의 발전 방향은
앞서 말했듯 말초동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동반질환을 보유한 경우가 대다수다. 때문에 시술을 통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약물방출스텐트는 혈관성형술(PTA)을 받은 환자와 비교하면 PTA를 받은 환자의 사망률이 훨씬 더 높다. 특히 중증하지허혈(당뇨발) 환자들은 심하면 절단까지 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약물이 적용된 시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환자 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맞는 치료법을 택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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