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의료전달체계 단기대책과 함께 경증질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면 본인부담을 올리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관련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형태의 근거를 제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용익)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9년도 제1차 정례조사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19년 8월 9일부터 8월 23일까지 총 15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3070명을 대상으로 만 19세 이상~만 59세 이하는 웹조사, 만 60세 이상은 대면 직접조사 방식으로 실시했다.
주목할 점은 ‘대학병원에 가든, 동네의원에 가든 동일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20.1%인 반면 ‘대학병원을 이용하는 사람이 비용을 더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70.8%로 세 배 이상 많았다는 것이다.
경증질환으로 대학병원을 이용하면 비용을 더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20대에서 50대로 올라갈수록, 거주 지역 규모가 클수록,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가구소득이 많을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또 의료기관 이용 동기를 조사한 결과, 의료기관 이용자 10명 중 6명은 의학적 권유 또는 중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해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했다고 답했다. 국민 과반 이상은 의학적 필요성에 근거해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의료기관 이용자 10명 중 3명은 의학적 소견은 없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나 검사 및 검진을 받고 싶어서 이용했거나, 동네의원이나 중소병원을 믿을 수 없어서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최근 1년 이내(2018년 8월부터 2019년 7월까지)에 치료나 검사 및 검진을 받기 위해 한 번 이라도 의료기관을 이용한 적이 있는지 물어본 결과, 10명 중 9명에 해당하는 92.1%가 이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한 번도 이용한 경험이 ‘없다’는 응답은 7.9%에 불과했다.
의료이용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n=2,828)에게 최근 1년 이내 한번이라도 이용한 의료기관을 물어본 결과, 1위는 ‘동네의원’(85.3%)이었으며, ‘치과의원・치과병원’이 56.3%, ‘병원・종합병원’은 48.0%, ‘한의원・한방병원’은 33.8%, ‘보건소・보건지소・보건진료소 등’은 19.6%를 차지했다.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했다는 응답은 16.0%로 나타났다(복수응답).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했다는 응답자(n=453)에게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한 이유를 조사한 결과, ‘동네의원이나 중소병원 의사의 의학적 권유’가 34.2%로 1위를 차지했고, ‘입원이나 수술이 필요한 큰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해서’라는 이유는 25.8%로 2위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상급종합병원 이용자 10명 중 6명은 의학적 권유나 중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했기에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고, ‘평소 아픈 곳이 있었는데 비용이 부담돼 못 받던 치료나 검사・검진을 받으려고’는 5.1%로 조사됐다.
하지만 ‘의학적 소견은 없었으나,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나 검사・검진을 받고 싶어서’가 16.8%, ‘동네의원이나 중소병원을 믿을 수가 없어서’라는 이유도 11.0%로 나타나고, ‘의료비가 낮아져서 경증질환임에도 이왕에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나 검사・검진을 받으려고’도 1.8%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 측은 “질병의 경중에 관계없이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나, 보장성 강화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