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말기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60대 의사가 건강상 이유로 현지조사를 거부한 것에 대해 법률상 최고 한도인 1년간 업무정지처분을 내린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서울고등법원 제5행정부(주심 배광국 부장판사)는 의사 A(67)씨가 보건복지부(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요양기관 및 의료기관 업무정지처분 취소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지난 2017년 8월 복지부 현지조사팀은 이 사건 의원에 방문해 현지조사 경위를 설명하고 조사명령서와 함께 의료급여 관계서류 제출 요구서를 제시했다. 해당 의원은 과거 요양급여비용 허위 청구로 자격정지 1개월의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그러나 A씨는 현지조사에 응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조사팀에 “사무장, 간호원, 사무직원이 없고, 본인은 현재 2급 장애(혈액 투석)로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자료제출 등 현지조사에 협조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자필확인서를 제출했다.
당시 A씨 의원 직원들은 현지조사 약 3개월 전 모두 퇴직한 상태였고, A씨 본인은 말기 신부전증을 앓으며 혈액 투석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에 A씨는 건강상의 문제와 더불어 현재 현지조사를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 예전에 일하던 직원을 불러서 추후 현지조사에 협조하겠다고 조사팀에 말했다.
하지만 조사팀은 A씨에 조사거부를 재고할 것을 권유하면서 오후에 다시 방문할 것을 고지한 뒤, 같은 날 재차 방문했다. A씨는 2차 방문에서도 여전히 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튿날 조사팀은 의원에 세 번째로 방문해 조사를 받을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A씨는 3차 조사권유도 거부했다.
결국 조사팀은 A씨로부터 ‘현지조사 명령거부 시 관계 법령에 의거, 1년의 업무정지처분 및 형사고발 등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으며 수차례 현지조사 수행 권고도 받었다.
또한 본인 요청에 의해 1일 기한을 부여받고 행정처분 및 형사고발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현지조사를 거부한다’는 내용의 서명 확인서를 제출받고 돌아갔다.
이후 복지부는 A씨에 1년 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 현행법은 현지조사거부에 대해 업무정지 기간을 최고 1년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A씨는 건강상 문제와 직원들이 퇴직한 상황 등 정당한 사유를 바탕으로 현지조사를 거부한 것이라며 법원에 취소 청구 했다.
또 설령 부당한 조사 거부행위일지라도 1년의 업무정지처분은 복지부의 재량권 남용이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조치는 당사자가 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될 만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부과될 수 없다”며 조사팀이 방문하기 하루 전 날 혈액투석 치료를 받았던 A씨가 시간적으로 현지조사에 응할 수 있었음을 강조했다.
또한 도와줄 직원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원고가 작성한 진료기록부는 A씨가 운영하는 의원 내 있었을 것으로, 간단한 협조만으로도 상당한 자료를 조사팀이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가 건강상태 등으로 인해 조사팀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어려운 상태였을지라도, 진료기록부를 포함한 일체의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현지조사 거부시 관계법령에 의해 형사고발 및 1년의 업무정지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지조사를 거부한다는 내용의 자필 확인서를 냈다는 사실에 비춰봤을 때 A씨 주장은 이유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