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근무시간 외 EMR(전자의무기록) 시스템 접속을 차단하는 일명 ‘EMR 셧다운제’가 전공의로 하여금 의료법을 위반토록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EMR 셧다운제는 2017년 전공의특별법 시행 이후 전공의 수련시간 주 80시간 제한이라는 규정을 지키기 위해 수련병원 측이 마련한 제도다.
하지만 불가피한 연장진료 이후 환자 처방 등이 필요한 상황에서 EMR 시스템 이용이 불가함에 따라 동료 전공의의 아이디를 빌려 업무를 행하는 경우가 빈번한 실정이다.
의료법 제17조 제1항, 제22조 제3항 등에 따르면 의료인이 직접 진찰하지 않고 진단서 등 증명서를 발행하거나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는 것은 위법이다.
20일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박지현)는 “상급종합병원 42곳 중 EMR 셧다운제를 시행 또는 올해 시행 예정인 곳은 34곳이다. 이들 대다수 수련병원이 전공의가 의료법을 위반하도록 내몰고 있다”면서 관련 논의에 나설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했다.
상급종합병원은 환자가 많은 만큼 변수도 다양해 근무형태를 예측하기 어렵다. 병동 재원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거나 환자의 입원이 늦어지고, 수술이 길어지는 등 어쩔 수 없이 추가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병원은 전공의법을 잘 지키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마치 전공의가 퇴근한 것처럼 조작하기 위해 EMR 아이디를 차단한다는 것이 대전협의 주장이다.
대전협은 “주치의가 퇴근을 못 하고 처방을 내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처방 의사의 아이디는 당직 의사로 바뀌어 있다.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병동 간호사는 처방에 대해 당직 의사 혹은 주치의에게 물어봐야 하는지 모르게된다”고 설명했다.
처방 오류나 의료사고가 생길 시에 문제는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박은혜 대전협 수련이사는 “담당 전공의의 근무시간이 끝난 경우, 당직 전공의가 해당 업무를 이어서 대신하면 되지 않느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의료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당직 전공의에게 위임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EMR 셧다운제는 전자의무기록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들어 여러 문제를 발생시킨다. 특히 기록상의 의사와 의료행위를 한 의사가 다른 문제가 생긴다면 이로 인한 의료행위 주체의 불분명함이 환자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박은혜 이사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처우에도 큰 문제가 생긴다”면서 “전자기록상의 거짓으로 기록된 전공의 근무시간은 수련환경 개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또한 명확한 근무시간 산정을 방해해 전공의가 초과근무를 하더라도 당직 수당 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진현 대전협 부회장은 “전공의법을 준수한다는 명목으로 점차 EMR 셧다운제를 도입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서류상으로만 지켜지는 전공의법은 전공의법 미준수보다 못하며, 결국 제2의, 제3의 전공의 과로사가 반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수련환경 왜곡에 의료법 위반까지 조장하는 EMR 셧다운제는 상황이 더 악화 되기 전에 즉시 중단돼야 한다. 대전협은 해당 실태를 면밀히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메디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