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박지현, 이하 대전협)가 '전자의무기록(EMR) 셧다운제' 실태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해당 제도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전협은 각 수련병원에 EMR 셧다운제 즉각 폐지를 요구하고, 당국에는 EMR 셧다운제와 관련된 수련병원 실태조사와 함께 해당 제도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폐단에 대해 관리·감독 의무를 요청했다.
대전협은 최근 EMR 셧다운제 실태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70% 이상의 응답자가 지정된 근무시간 외 EMR 접속이 차단돼 다른 전공의 ID를 이용해 EMR에 접속하고 대리처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답했다고 밝혔다.
설문조사에서는 70% 이상 전공의들이 '근무 시간 외 본인 아이디를 통한 EMR 접속 제한이 있거나 처방이 불가능하다', '타인 아이디를 통한 처방 혹은 의무기록 행위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조사에 응한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대리처방이 의료법 위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이 같은 행위를 했다"고 토로했다.
ID 공유 실태에 대해 수련기관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50% 정도의 응답자가 '대부분의 교수진이 알고 있고 암묵적인 합의가 있다'고 답했다.
대전협은 "이는 곧 EMR 셧다운제가 전공의의 근로 및 수련환경을 개선시키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전공의에게 불법행위를 암암리에 조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를 가르쳐야 하는 선배 의사들은 이를 알고도 병원 운영을 위해 전공의를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이며,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며 "함께 환자를 보고 치료하는 의료인, 선배, 스승으로서 부끄러워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대전협은 EMR 셧다운제가 전공의의 실제 근무시간을 축소 보고할 수 있는 편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대전협은 “EMR 셧다운제는 전공의가 실제 근무하는 시간과 무관하게 마치 전공의법이 명시하는 근로시간 조항을 준수하며 근무하고 있다고 보고되는 작금의 사태를 낳게 한 원인”이라며 "이러한 꼼수가 뒤섞여 있는 제도의 실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관계 당국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각 수련병원에 공문을 발송한 것에 대해서도 “해당 공문은 단지 의료법 관련 내용일 뿐이었으며 규제에 대한 언급은 없는 협조 요청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이 같은 정부 대처에 대해 "전공의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현 상황에서 어느 병원이 이 공문에 협조적이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전공의법은 거짓된 서류와 통계로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EMR 셧다운제 폐지를 위해 모든 역량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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