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 고위 관계자의 채용비리 관련 의혹과 사정기관 수사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전남대학교병원이 이번에는 직원들에 의한 송사에 휘말리며 고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남대학교병원 간호사 530여 명은 최근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병원을 상대로 집단소송에 돌입했다.
전남대병원 노사는 올해 4월 광주지방노동청으로부터 근로감독을 받았다. 이를 통해 간호사 1650여 명의 2016년 1월∼2019년 3월까지 연장근로수당 34억원을 지급하라는 시정 지시를 받았다.
전남대병원의 체불임금 문제는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질타를 받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근무한 기록이 있는데 돈을 안 주는 것은 불법"이라며 "병원 주장대로라면 지금까지 의무기록을 허술하게 관리하다가 근로감독을 받자 확인하겠다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전남대병원 측은 실제 근무시간과 일부 간호기록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동청에 이의제기를 한 상태다. 아이디·패스워드를 공유하며 담당 간호사가 아닌 타인이 간호기록을 수정하는 경우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노조 측은 “오히려 근무시간으로 모두 기록되지는 못하지만 환자 처치와 업무 인수인계 등을 하며 추가 노동을 하는 게 현실”이라고 반박했다.
전남대병원은 앞서 채용 비리 문제가 제기되면서 몸살을 앓았다. 관련 의혹이 처음 드러난 것은 지난 2018년 11월 실시된 교육부 감사였다.
감사결과 A사무국장이 조카 서류면접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해서 각 전형별 최고점을 부여했고, 아들이 응시한 채용과정에도 시험관리위원으로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중징계 1명, 경징계 12명, 경고 9명 등의 조치를 전남대병원에 요구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일부 직원이 채용 관리 업무에 참여한 것은 맞지만 불법행위는 없었았다며 12명 중 1명에 대해서는 감봉, 11명에 대해서는 경고 조치를 내렸다.
최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전남대병원 채용비리 문제가 불거졌다.
전남대병원 A사무국장 아들이 한 달 실습 경력으로 다른 경력자들을 제치고 ‘1등’으로 합격했고, 그 아들의 여자 친구도 합격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남대병원이 교육부 감사 전에 직원 채용 관련 서류 23건을 분실한 것과 지난 국정감사 이후 사무국장 업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교체된 것을 두고 다른 채용비리를 은폐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당시 합격자 10명 중 전남대병원 실습 경력이 없던 사람은 아들과 그의 여자친구 2명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빠 찬스'도 아니고, '삼촌 찬스'를 넘어 '남친 아빠 찬스'까지 간 것이라면 심각하다”며 비리 의혹을 강하게 질타했다.
사무국장은 채용된 아들 여자친구와 관련해 학창 시절에 친하게 지내다가 헤어졌으며 합격한 것을 나중에 알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박용진 의원은 2018년 영상의학과 채용 과정에서 합격자 가운데 1등 사무국장 아들, 6등 아들의 여자친구 외에도 또 다른 전(前) 임직원의 친인척이 있음을 공개했다.
전남대병원 본원에 영상의학과 실장으로 근무했던 직원 아들은 필기점수가 87점으로 7등이지만 면접에서 만점에 가까운 높은 점수를 받아 2등으로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은 “지난해 A사무국장과 B총무과장이 서로의 아들을 합격시키기 위해 각각 면접관으로 참여해 면접 최고점인 98점을 줬고 이를 바탕으로 두 아들은 합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지어 이러한 '품앗이 채용'은 사무국장이 채용비리로 교육부 징계까지 받은 뒤에 벌어진 일이라 황당하다”고 덧붙였다.
A사무국장이 아들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교육부로 감사를 받고 징계처분을 받은 뒤인 올해 3월부터 시험관리위원으로 4번, 면접위원 3번, 서류전형위원 2번 참여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채용비리 저지른 사람이 계속 면접에 참여한 건데 이런 사실이 드러난 전남대병원의 채용이 공정하다고 자신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병원 측은 그동안 시험관리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부당한 것인지는 몰랐다고 일부 인정하고 지난 2018년 12월 교육부 특별감사 이후부터는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남대병원 노조를 비롯해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전남대병원 채용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를 위한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전남대병원에 따르면 지난 22일 A사무국장이 자진해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혀왔고, 당일 이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전남대병원 노조는 지난 16일 “전남대는 국립대병원 중 가장 많은 채용 비리가 드러났지만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는 솜방망이 처벌만 받고 재직 중이다”고 말했다.
노조는 A사무국장 등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