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잔존암 확인이 어려운 전립선암의 특성을 고려, 건강보험 산정특례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는 학계 주장이 제기됐다.
3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비뇨의학회 제71차 학술대회'에서 민승기 대한비뇨의학회 보험이사는 “일반적으로 전립선암은 항남성호르몬제를 사용하면 병변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호전되기 때문에 암을 증명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현행 규정에선 대부분의 환자가 산정특례를 연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전립선암은 호르몬 치료를 중단하면 금세 재발할 위험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전립선암의 특징을 고려한 산정특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산정특례 혜택을 받는 환자는 보험수가의 5%의 본인부담금만 내면 된다. 그렇지 않은 환자는 20~40%의 본인부담금을 지불해야 한다.
학회에 따르면 환자가 느끼는 체감비용은 최소 4배에서 최대 10배에 이른다. 예를 들어, 진행성 전립선암 호르몬 치료제인 엘리가드 주사는 산정특례 적용시 1만원, 미적용시 6만~12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더욱이 항호르몬제 치료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전립선암 환자들은 산정특례 수혜를 받고자 한다.
그런데 전립선암의 경우, 암을 억제하기 위한 호르몬 투여 치료 반응이 좋은 환자들의 경우 조직검사나 영상검사를 통해 병변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재발 시점 또한 일반적으로 1개월 이상이다.
문제는 산정특례 기간 연장을 위해선 특례기간 5년 종료시점에 잔존암이나 전이암, 혹은 1개월 이내 재발이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환자들은 산정특례 혜택을 받기 위해 부득이하게 치료를 중단하고 미세 잔존암이 진행되기를 기다렸다가 재등록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립선암 환자들의 산정특례와 관련한 고충은 이 뿐만 아니다.
현행 규정은 산정특례를 위해 조직검사를 필수 요구한다. 다만 환자 상태가 조직학적 검사를 시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경우에는 예외 적용으로 조직검사 없이 암 산정특례 등록신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립환자들의 경우 이런 예외가 적용되는 대상에서도 누락돼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민 이사는 “전립선암 환자들의 경우 고령의 나이나 전신상태의 문제로 조직검사가 힘든 경우가 있는데, 산정특례 예외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무조건 조직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이 같은 전립선암의 특성을 고려해 산정특례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건보공단 측은 “다른 암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당장의 제도개선은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 이사는 “건보공단 입장으로 인해 학회는 현재 고민이 큰 상태”라며 “관련 제도 개선은 물론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는 사안으로 건보공단 입장도 이해하지만,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