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공공의료·공중보건 전문가로 육성될 예방의학과 전공의 지원자가 수년째 10명도 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방의학과는 26개 전문과목 가운데 유일하게 메르스나 의료감염 등의 공중보건과 위기대응, 의료제도나 의료안전망과 같은 공공의료 등에 특화돼 있다.
신종플루, 메르스와 같은 공중보건학적 위기를 겪을 때마다 예방의학과 전문의 확보가 시급하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지만, 근본적인 처우 개선이나 지원책 마련은 전무한 상황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박지현, 이하 대전협)는 “예방의학과 충원율이 100%로 표시되는 것은 사전에 모집 정원을 정하지 않는 사후정원 제도를 사용하기 때문”이라며 “이를 이유로 육성 지원과목에서 예방의학과를 제외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최근 끝난 국정감사에서 매년 등장하는 ‘육성 지원과목’ 이슈가 제기됐지만,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잘못된 근거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반적인 충원율 공식을 적용했을 때 예방의학과의 실제 전공의 충원율은 최근 5년간 평균 20%로 기피과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사정은 더욱 열악해져 2018년과 2017년에는 신규 전공의가 고작 9명과 7명에 지나지 않았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문제가 가장 심각한 예방의학과 말고도 비슷한 상황의 과가 더 있지만 정작 초점은 엉뚱한 곳에 맞춰져 있다”며 “기피과 문제가 개념도 모호한 ‘필수의료’로 왜곡돼 정치적으로 이용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흉부외과, 병리과 등는 그나마 언급이라도 되고 외과와 같이 어느 정도 인력과 병원 내 수익원이 있는 과는 개선해보려는 시도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예방의학과 등 근본적으로 수익 창출이 불가능한 과나 핵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등은 ‘전공의 기피-업무부담-부실교육-전문성약화-전공의 기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돼 이제는 자력구제의 능력조차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대전협에 따르면 기피과 중 하나인 외과의 경우 학회 차원에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연차별 수련 교과과정을 대폭 개선했으며, 수련환경 뿐 아니라 역량 중심 교육을 위해 교수부터 전공의까지 함께 노력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60%대를 넘지 못하던 외과 전공의 충원율은 점차 개선돼 최근에는 80%대에 이르러 기피과 중에서는 최상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피과 중에서도 상황이 열악한 일부 과들은 이러한 시도조차 요원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박 회장은 “기피과 문제를 아무도 심각히 여기지 않는 동안 기피과 내부에서는 양극화라는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났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전협은 그동안 기피과 문제에 대해 그 분야의 당사자가 될 전공의 입장에서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지만 그때 뿐이었다. 실제 수요를 감안한 권역별 통합선발 후 지역 순환 수련, 정부 TO로 선발 후 유관기관 파견 수련 등 대안을 제시했다. 우리로서는 더이상 방법이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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