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유전자 이상이 발견돼도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약제가 없거나 치료 약제가 있어도 해당 암종에 허가가 안돼 있어 비보험으로 치료하는 과정에서 환자 부담이 높아 소위 '그림의 떡'인 상황이 많다."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지현 교수
[사진 左]는 20일 대한종양내과학회가 제3회 항암치료의 날을 맞아 '암 치료 미래, 정밀의학'을 주제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밀의료의 국내 정착을 위해 이 같은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암 치료 패러다임이 정밀의료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국내 의료환경에 잘 적용시켜 암환자를 잘 치료하는 게 종양내과 의료진들의 최대 관심사다.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은 환자마다 다른 유전체 정보, 환경적 요인, 생활 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치료법을 제공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오도연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정밀의료가 가장 먼저 발전하고 가장 활발히 진행된 연구 분야는 종양학으로, 정밀의료를 다른 말로 하면 '정밀종양학'과 같다"며 "변화하는 시대에 종양내과의사의 역할은 개인별 생체 유래 정보를 수집하고 여러 데이터 검색과 함께 유전자 변이를 확인해 환자 개인에게 맞는 표적치료제를 확인,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밀의료가 국내에 잘 뿌리내리고 암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려면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유전자의 이상을 검사할 수 있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 유전자 패널 검사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이 되며 암 환자를 위한 검사의 접근성은 향상됐으나, 검사 결과를 치료에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지현 교수는 "2017년 3월부터 10대 암에 NGS 유전자 검사에 급여가 적용된 뒤 2019년 5월부턴 전체 암종으로 범위가 확대됐지만, 검사 결과가 나와도 치료나 약제 선택 폭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A 질환에 대해 식약처 허가를 받은 약제이지만, B질환에 대해선 적응증을 받지 못해 약을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며 "환자에게 빠르게 사용할 수 있게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허가 외 의약품 사용에 대한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하며,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응급 사용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며 "미국이나 네덜란드, 캐나다 등에선 제약사가 개발 중인 약을 관련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일본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고대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박경화 교수
[사진 右]도 "널리 알려진 HER2 표적 유방암 치료제만 해도 다른 암종에 사용하고 싶어하는 미충족수요가 높지만 제도에 묶여 있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암 환자의 치료기회 확대를 위해 이런 것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종양내과학회에서는 정밀의료의 현실화를 앞당기기 위해 ‘K-PM’을 발족했다.
주된 사업으로 NGS 패널 결과를 정확히 해석해 치료 선정에 이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및 보급하고, 해석이 어려운 유전자 이상을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다학제 논의체인 NGS 종양분석회의(tumor board)에서 논의해 치료법을 제안하는 등의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7년부터 정부 지원 하에 고대안암병원 주관 및 대한항암요법연구회와 협력해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인 정밀의료 기반 암 진단·치료법 개발 사업단(K-MASTER 사업단)’도 운영 중이다.
K-MASTER 사업단은 정밀의료의 빠른 임상적용과 다기관 활용이 가능한 대규모 융복합 통합 플랫폼 구축하고, 글로벌 선도 정밀의료 암 진단·치료법 개발을 위해 현재 국내 55개 기관 종양내과 의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약 4000여 명의 암 환자 유전체 프로파일링이 진행됐고, 18개의 맞춤 정밀의학 기반 임상연구가 진행 또는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