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신장조직검사(신생검)은 일반적으로 중증 단백뇨나 혈뇨가 관찰될 때 실시합니다. 그러나 사구체신장질환의 경우는 소변검사가 정상인 경우도 빈번합니다. 오래된 교과서적인 기준으로 신생검 실시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국내 최단시간 1000건의 검사를 시행하는 동안 많은 환자들이 소변검사에 이상이 없으면서도 여과율은 자꾸만 저하되는 것을 보고 불안에 떠는 모습을 봤습니다. 신장 전문의들이 이상 증상을 다면적으로 검토해 적합한 시기에 검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제학계에서는 검사 적기에 관한 연구가 한창입니다. 국내 환자들에게 지체없이 반영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교수직을 떠난 후 가장 좋은 점은 최신지견을 접하기 위해 해외학회에 참가할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입니다.” [편집자주]
신장병전문클리닉 조병수의원의 조병수 원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 前 경희의료원 명예교수)[사진]은 지난 11월22일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데일리메디와 만나 “신생검은 혈뇨, 단백뇨, 여과율, 혈압, 질환 재발률, 가족력 등 환자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실시돼야 한다”며 지금보다 검사 시행 기준을 폭넓게 잡아야 한다고 확실히 말했다.
그는 “소변검사에서 이상이 없었음에도 여과율은 75%를 밑돌던 48세 남자 환자가 있었는데 직접 검사를 해보니 중증 신장으로 파악됐다”며 “혈뇨와 단백뇨만 살펴 신생검 실시 여부를 판단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실제 환자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이어 “수많은 임상진료건으로 미루어 봤을 때 현미경적 혈뇨는 1년 이상, 단백뇨는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및 사구체 여과율이 3개월 이상 70ml/min 이하로 지속적으로 저하되거나 원인 불명의 고혈압이 있는 경우 신생검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병수 원장은 이 같은 내용을 금년 4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세계신장학회와 6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개최된 유럽심학회에서 강연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발표 내용과 관련, 그는 “신생검을 시행해 사구체신장염을 진단 한 후 면역억제요법으로 혈뇨와 단백뇨가 호전됐는데도 추적신장조직검사 결과 50% 이상에서는 신장조직검사소견이 호전 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개원 6년 외래 신생검 '1000례' 달성···"실질적인 환자 편의 제공 보람"
이렇게 세계 유수의 석학들이 한 데 모이는 해외학회에서 증례를 선보인 데는 그가 가진 이력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은 조병수 원장이 진료를 보는 신장병 전문클리닉 ‘조병수의원’의 신생검 1000례 돌파를 기념하는 자리였다.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했던 31년간 3500여 건의 신생검을 한 그는 개원 후 6년 만에 1000건의 검사를 더 했다. 37년간 그의 손을 거친 환자는 4500명이 넘는다.
조병수 원장은 “변수가 많은 신장질환을 정확하게 보기 위해선 풍부한 임상경험이 필수적”이라며 “신생검 실시 기준의 확장을 제언하게 된 것 또한 다수의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과정에서 필요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조 원장은 이토록 많은 임상사례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환자들의 선택이 있어서다.
그가 운영하는 의원을 방문한 환자들은 당일 신생검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할 수 있다. 보통 2~3일 입원이 동반되지만 이곳에선 대여섯 시간 만에 모든 검사가 마무리된다.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도 없다. 전문의들도 수기상 어려움을 느끼는 신생검은 출혈, 혈종, 감염 등의 합병증이 동반되기 일쑤다. 경희대병원 교수로 일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가 시행한 검사에선 합병증이 일지 않았다.
조 원장은 “개원 후 다년간 검사가 무사히 진행된 것은 분야 권위자인 이현순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가 신장조직검사 판독을 맡았기 때문”이라며 “검사를 아무리 잘해도 판독이 정밀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 교수와 호흡을 잘 맞춰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공(功)을 넘겼다.
하지만 이날 1000례 달성을 기념으로 진행된 조병수 원장 강연을 듣기 위해 참석한 신장학회 인사들은 그의 오랜 진료 성과에 진심어린 찬사를 건넸다.
대한당뇨병학회 회장을 역임한 김진우 교수(차의과대학교 내과)는 “조 박사는 대학병원에서도 할 수 없는 수준의 대단한 결과를 모아냈다”며 “외래신생검 1000례를 달성한 것은 전무후무한 사례로 이러한 성과에 학계 일원으로서 치하하고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대한신장학회 차기 이사장인 양철우 교수(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는 “개인적으로 ‘내가 개원하면 조병수 선생님처럼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만큼 훌륭한 성과를 냈다”며 “후학들이 당신의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지향점을 추구할 수 있게 됐다”고 격려했다.
김대중 前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한대석 박사(前 신촌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는 “초음파가 없었던 40년 전 펠로우들은 신생검을 잘 할 수 있을까 잠 못들고 고민했는데 조 박사는 타고난 재능이 있었다”며 “금번 1000례를 집대성한 논문을 통해 그동안의 성과를 학계에 더욱 널리 공유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조병수 원장은 “의미 깊은 1000례 달성을 응원해 주심에 감사드린다”면서 "무엇보다도 실질적인 환자 편의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이제 시작일 뿐 앞으로 2000례, 3000례까지 환자 건강에 이바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