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서울대병원의 결단은 절박함의 발로였다
. 지금이 아니면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 시기적으로도 절묘했다
. 2020년에는 내과 전공의
3, 4년차가
, 2021년에는 외과 전공의
3, 4년차가 동시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만큼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 이들의 마음을 붙잡기 위한 조건도 파격적이다
. 단순히 전문의 채용을 넘어 교수 직함을 부여하는 한편 연구실 제공
, 해외연수 지원 등 기존 교수들이 누리던 혜택을 동일하게 제공하기로 했다
. 급여 역시 공공기관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대우를 자신했다
. 대대적인 입원전담전문의 확충을 선언한 서울대병원의 과감한 행보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
“병동은 물론 수술방 의사도 부족”
서울대병원은 지난 25일 입원의학전담교수를 기존 5개 진료과 11명에서 12개 진료과 51명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신경외과 등 5개 진료과에서 활동하던 입원의학전담교수는 앞으로 흉부외과, 신경과,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안과, 정형외과에도 배치된다.
현재 병동업무의 5%를 담당하고 있는 입원의학전담교수 비중을 내년에는 40%, 3년 후에는 70%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인원으로는 85명에 달하는 규모다.
서울대병원의 이 같은 결정은 ‘최상의 입원진료 서비스’ 제공이라는 표면적 이유 외에도 전공의특별법 시행 등 환경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여느 병원과 마찬가지로 서울대병원도 전공의특별법 시행 이후 전공의 업무 비중이 확연히 줄었고, 이에 따라 기존 의료인력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외래진료와 수술에 전공의를 대신해 병동 업무까지 떠안은 교수들의 번아웃(Burnout)이 일상화 됐고, 이는 곧 환자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과의 경우 심각성은 더한다. 전통적인 기피과로 전공의 확보가 여의치 않았고, 여기에 주 80시간 근무가 시행되면서 기존 교수인력들의 고충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병원 박규주 외과과장은 “현재도 수술할 의사가 부족하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향후 수술건수를 2/3 이하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수술방에도 의사가 부족한데 입원환자를 관리할 의사는 더더욱 없다”며 “외과계 존속을 위해서라도 전문으로 병동을 관리해 줄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규주 과장은 “미국이나 유럽에 1000병상 이상 병원이 없는 이유는 의료인력에 기인한다”며 “한국은 그동안 전공의에 의지해 병원 규모를 키워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제 와서 대형병원의 규모를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이제부터라도 입원전담의 역할 정립과 활성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과목 인정되는 그 날까지”
입원전담전문의 필요성에 대한 부분은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지 오래지만 일선 병원들은 아직까지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신분에 대한 안정성, 불명확한 미전 등에 발목을 잡히며 채용난에 시달리는 형국이다. 2억원 이상의 연봉도 마다할 정도로 인력 구하기가 힘겹다.
서울대병원은 보다 파격적인 대우로 이러한 난제를 풀어간다는 복안이다.
먼저 입원전담전문의들에게 교수 직함을 부여한다. 신임교수 발령을 위해 이미 교육부에 정원 신청을 해둔 상태이며, 입원환자를 위한 취지에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전언이다.
물론 온전한 전임교원 신분은 아니다. 일단 병원 의사 정원 내에 포함된 진료교수 신분이다. 계약기간을 정해 놓고 근무하는 형태인 셈이다.
다만 병원 측은 추후 임상교수, 기금교수, 법인교수 등 정식 교원으로의 전환도 검토 중이다.
정승용 진료부원장은 “당장은 진료교수로 출발하지만 신분의 안정성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임을 잘 알고 있다”며 “임상교수, 기금교수 정원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년이 보장된 교원은 아니지만 각종 혜택을 기존 교수들과 동일하게 누릴 수 있다. 연구실이 배정되고, 학회 참여와 단기연수는 물론 각종 복지정책도 보장 받는다.
김동기 진료운영실장은 “급여 및 근무시간을 국내 의료계 최상의 조건으로 맞출 예정”이라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근무여건을 제시해야 제도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일단 전문 진료과목이 아닌 입원의학센터 소속을 출발하지만 별도 진료과목 개설을 궁극적인 목표로 잡고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 내과 병동에서 입원전담전문의로 근무 중인 문성도 교수는 “항상 여러 환경적 요인에 의해 제도가 만들어지고 정착된다”며 “입원전담전문의 역시 시대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의료인력 부족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전문 영역으로서 자신의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입원의학 전문과목을 신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상도 기획조정실장은 “입원전담전문의 급여, 복지, 신분, 자부심이 최상이 될 때 환자들에게도 최상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이라며 “전문과목 제도화를 대비해 제대로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