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대한병원의사협의회(회장 주신구)는 지난 26일 故 백남기 농민 유족들이 백선하 서울대 의대 교수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백 교수와 서울대병원에 45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백남기 농민은 지난 2015년 서울에서 열린 민중 총궐기 집회 참가 중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1년여 간 혼수상태로 있다 이듬해 9월 25일 사망했다.
당시 고인의 사인을 둘러싸고 병사(病死)인지 외인사(外因死)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며 서울대병원 측은 주치의인 백 교수의 의견에 따라 사망진단서에 병사로 기재했다. 이후 2017년에 사인을 외인사로 변경했는데 백남기 농민 유족 측은 이로 인해 고통을 겪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고인 사망 종류가 외인사임이 명백한데도 피고가 병사로 기재해 의사에게 부여된 합리적 재량을 벗어났고 사망진단서 작성에 있어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병의협은 “이번 판결은 전문가인 의사의 의학적인 판단을 무시하고 권력과 여론 압박에 굴복해 잘못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병의협은 “실제 의료 현장에서 사망원인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은 주치의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며 “그런데 재판부는 정치적인 판단을 끌어들여 잘잘못을 따지면서 ‘사망진단서에 있어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 위반’이라는 황당한 이유를 들어 백 교수에게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병의협은 백 교수의 배상책임을 허위진단서 작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주의 의무 위반이라고 명시한 것에 대해 여론과 정치권이 원하는 내용대로 진단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았다.
병의협은 또한 이번 판결이 의료현장에서 또 다른 문제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도 환자들이 실손보험과 관련해 무리한 서류작성을 요구하는 경우들이 많아 의사들이 보험사기 등에 연루되기도 하는데 이번 판결로 의사가 자신의 의학적 소신에 의거, 진단서를 작성하더라도 그 내용에 대해 법적 다툼의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병의협은 “향후 항소심에서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또 다시 재판부가 전문가의 판단을 무시하고 정치적인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병의협은 이를 강력히 규탄하고 저항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