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직원이 실제 실시한 침술이 아닌 다른 침술로 요양급여를 잘못 청구한 한의원에 대한 요양급여 환수 및 업무정지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5행정부(재판장 배광국)는 한의사 A씨가 보건보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하고 처분 취소했다.
A씨는 서울 서대문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던 한의사다. 지난 2014년 8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A씨가 일부 실제 치료를 하지 않았음에도 요양급여를 청구한 사실을 의심하며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A씨는 2013년 7월~12월 사이 일부 수진자들에게 비강내치요법, 추나삼차원교정술 등의 비급여대상 진료를 하면서 "실제 침술(경혈침술-2부위 이상, 척추간 침술, 침전기자극술 등) 및 온냉경락요법-경피적외선조사요법 등)을 실시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실시한 것으로 요양급여를 청구한 것이 드러났다.
A씨가 이렇게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챙긴 요양급여는 4770여만원에 이른다.
이후 건보공단은 A씨 행위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부담케 한 경우'라며 구(舊)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1항에 따라 145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했다.
이에 A씨는 행정실무담당자가 실수로 다른 침술에 대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것이라며 "단순 부당청구에 해당할 뿐 속임수를 사용해 부당청구를 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사건 전에 침법을 번경, 유침법 침술 대신 행침법(침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경혈을 자극하는 침법)에 해당하는 사혈침(소형 권총같이 생긴 자동사혈기 끝에 1회용 침을 부착한 것)과 소아침(소아들에게 침술 용도로 사용하는 소형 침술도구에 1회용 침을 넣은 것)을 이용해 시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본인이 아닌 행정업무 담당자가 청구 행위를 했다는 A씨 주장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봤다.
새로운 침법에 대한 요양급여 청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A씨 책임이 완전히 없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행정업무담당자가 청구 과정에서 실수를 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여 이 사건 처분이 감경사유를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재량행위에 대한 법원의 사법심사는 행위가 사실오인, 비례, 평등 원칙 위배, 당해 행위의 목적 위반이나 부정한 동기 등에 근거해 이뤄짐으로써 재량권 일탈 및 남용이 있는지 여부를 심사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감경사유가 있음에도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거나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오인한 나머지 감경을 하지 않았다면 그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최고한도의 업무정지 처분인데, A씨는 국민건강보험법을 위반해 행정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는데다, 앞서 본 바와 같이 A씨 행위는 속임수가 아니라 '그 밖의 부당한 행위에 의한 부당청구'에 해당한다"며 "업무정지 감경 또는 과징금 부과처분을 고려할 사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법원으로서는 건보공단 처분 범위가 어느 정도로 적정한 것인지에 대해선 판단할 수 없고 재량권의 일탈 여부만 판단할 수 있다"며 이 사건 처분을 전부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