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수첩] 결과적으로는 상처만 남았다. 연세대학교 총장선거 얘기다. 지난 제17대 총장선거에서 연세대 이사회는 교수들에게 ‘사후인준투표’를 줬으나 제18대부터는 이를 거둬들였다.
총장선거 방식은 이사회 권한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때문에 제19대 총장선거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일지도 모른다.
외부에서 보는 시각을 논외로 치더라도 연세대 내부에서는 제19대 총장선거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번 선거는 제한적이지만 교수뿐만 아니라 내부 구성원들의 의지가 일정 부분 반영됐다.
총 16명의 후보가 총장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1차적으로 총장추천위원회에서 5명을 추렸다.
총추위는 교수 12명(50%), 학생대표 2명(약 8%), 직원대표 2명(약 8%), 동창회 대표 2명(약 8%), 교회계 인사 2명(약 8%), 기부자 1명(약 4%), 명망 있는 사회 인사(약 12%) 등 총 24명으로 구성됐다.
2차에서는 정책평가단이 1·2·3순위 후보를 정했다. 정책평가단은 교수 408명(85%)·직원 48명(10%)·학생 24명(5%) 등으로 꾸려졌는데, 정책평가단 선정방식은 랜덤(random)이었다.
이렇게 교수뿐만 아니라 직원, 학생 등의 여론을 일정부분 반영했던 연세대 이사회는 현재 의과대학 교수평의회(이하 교평)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총장 선출 과정에서 서승환 총장의 득표수(102표)가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151표)보다 적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선택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이사회는 서 총장을 지명한 것에 대해 어떤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연세대 의과대학 교평의 분노는 ‘1:1 통합정신(세브란스 의과대학-연희대학교)’, ‘의대 자율성’ 등을 거론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014년 연세의료원장 선거에서 노성훈 교수가 정남식 교수보다 높은 선호도를 기록했음에도 낙마했고, 지난해 같은 선거에서 이병석 교수가 윤도흠 교수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음에도 이사회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서 쌓였던 불만이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교평 움직임은 심상찮다. 교수들에게 총장선거 문제점을 지적하는 서신을 보낸 데 이어 동창회 등을 대상으로 연판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심을 모았던 연세대학교 노조협의회와의 연대는 무산됐지만 교평은 내년에 있을 연세의료원장 선거가 이사회의 입맛대로 치러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발에 참여하지 않았던 연세대 노조협의회조차 “이달 초 이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1순위 후보자가 아닌 2순위 후보자가 임명된 부분에 대한 설명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이사회가 구성원의 뜻을 존중하지 않은 부분은 각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총장선거 결과가 나온 지 한 달여 지났지만 연세대학교는 여전히 ‘하수상’하다. 치러야 할 갈등비용과 논쟁도 남아 있다.
무엇보다 ‘1:1 통합정신’이라는 이야기까지 거론됐다는 것은 매번 봉합하는데 급급했던 갈등이 언제든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음을 노정했다.
연세대 이사회는 민주성을 담보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민주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연세의대 교수들을 비롯해 대다수 학교 구성원들에게는 영광없는 상처만 남은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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