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정부와 의료계가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으나, 각각 중점을 둔 가치가 달라 미묘한 시각차만 확인됐다.
정부는 국민과 의료계 간 ‘신뢰’를 언급했고, 의료계는 의료 공공성 회복을 위한 ‘재원’ 확보를 강조했다.
4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보건의료정책에서 정부·여당과 의료계 역할 토론회’에서 양측은 서로 다른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의료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공공성 회복 방안을 위해서는 ‘재원’ 확보가 필수라고 했다. 특히 재원 확보방안으로는 ‘비급여의 급여화’와 함께 의료보험의 ‘국고지원 강화 및 조세전환’을 꼽았다.
OECD Health Data 2018에 따르면 OECD 국가의 경상의료비 중 정부-의무가입 보험재원 비중은 OECD 평균이 73.5%인 반면, 우리나라는 58.2% 수준이다. 미국은 81.8%, 일본은 84.2%다.
박진규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현재 부족한 재원과 보장성을 민간 사보험 시장이 대신하고 있고, 사보험에서 보장하는 비급여 영역이 있다”며 “공공성 강화(의료공급 및 의료비)를 제대로 추진하면 사보험 시장이 줄고, 비급여 진료 규모도 대부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비급여 영역을 자연스럽게 급여화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근본 처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보험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의료보험의 국고지원 강화, 장기적으로는 조세전환을 들었다.
박 기획이사는 “우리나라 의료보험 국고지원율은 13.% 수준”이라며 “대만(22.9%)·일본(38.8%)·프랑스(52.2%) 등은 국가지원금이 매우 크고, 더 나은 보건의료 체계를 위해 정부가 국고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관점은 달랐다.
복지부는 의료 분야의 정보 비대칭성 극복 등 국민과 의료계 사이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손호준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정부 입장에서 고민스러운 부분은 의료전문가가 환자에게 어떤 서비스를 신뢰를 가지고 제공하느냐”라며 “정보비대칭 극복 등 환자와 의료인 간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보건의료정책 결정·집행 과정에서 의료계 참여를 촉구하기도 했다.
손 과장은 “과거에는 정부 주도로 정책이 진행될 때가 있었으나 사회가 변화하고, 소비자 요구수준이 다양해지며, 이해관계도 엇갈렸다”며 “지금은 시행규칙이나 지침 하나를 개정하는 데에도 의료전문가 도움과 참여 없이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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