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서울 강남지역에서 크게 성공한 후 서울과 성남, 하남시 등이 접한 신도시에 건물을 설립, 대형 척추전문병원을 운영하던 A원장이 병원 확장 이전 과정에서 발생한 무리한 투자금을 감당하지 못해 최근 법원에 개인회생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회생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파탄에 직면한 개인채무자의 채무액을 법원이 강제로 재조정해 개인채무자의 회생을 도모하는 제도다. 절차가 까다로운 대신에 파산과는 달리 특정한 사회적 지위를 갖는 직업을 유지하는 데 제한을 덜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의사의 경우에도 파산 후 복권 되지 않은 사람은 의사로 일할 수 없으나, 개인회생 절차 중인 사람은 가능하다. 해당 병원에 따르면 회생승인이 난 후 현재 정상적으로 진료가 진행되고 있다.
앞서 A원장은 수도권 신도시에서 진료를 시작하기 전에 서울 강남서 10년 넘게 척추전문병원을 운영했다. 그간 병원은 전국에서 찾아온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강남에서 승승장구하던 A원장이 병원 이전을 결정하게 된 것은 건물주와의 갈등 때문으로 알려졌다. 병원 매출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을 본 건물주가 무리한 임대료 인상을 요구한 것이다.
결국 병원 이전을 결정하게 된 A원장이 주목한 곳은 경기지역 한 신도시였다. 강남과 접근성이 좋고 인근에 대규모 주거단지 입주가 완료됐으며, 2021년에는 지하철역도 개통될 예정이어서 투자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확장 이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A원장은 직접 건물주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병원이 입주할 건물을 세우기 위해 A원장은 2015년 이 지역 일대에 약 168억원을 들여 1,930㎡(약 583평)의 토지를 매입했다. 건물이 완공된 후 임대업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별도의 주식회사도 설립했다.
마침내 2017년 지하 4층 지상 11층 규모의 건물이 세워졌고, A원장은 이 건물 7개 층을 160병상 규모의 병원으로 사용하며 진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A원장 예상과는 달리 내원 환자수는 점점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이 들어서지 않은 상황과 해당 신도시 내에서도 변두리에 있던 병원 위치가 단점으로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설상가상으로 건물 임대사업 또한 잘 되지 않았다. A원장이 임대사업을 위해 만든 주식회사의 지난해 총부채는 92억8000만원, 당기순손실은 13억5500만원을 기록했다.
이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준공 이후 건물 내부 상가 대부분의 분양 물량은 완매됐지만 이후 임대수요는 미진했다. 2019년 4월 기준 A원장 건물의 상가 101개 가운데 69곳만 입점이 완료됐다. 건물이 완공된 지 2년이 지났지만 공실률이 31%정도 되는 것이다.
강남에서 척추전문병원을 운영하는 한 의사는 “건물주와의 갈등을 겪는 중소병원이 많고 이에 지친 일부 원장들은 직접 건물주가 되려고 하지만 상황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한 지역에서 성공한 의사들의 경우 다른 지역으로 병원을 이전해도 쉽게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진료를 잘 보는 것과 병원 운영은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