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실제로 내원하지 않은 환자에 대한 진료기록부를 허위해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수급한 의사에 환수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10행정부(재판장 한창훈)는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가 재량권 남용 등을 이유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5280여만원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고 17일 밝혔다.
의사 A씨가 서울에서 운영하는 요양기관인 의원은 지난 2015년 1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뢰로 보건복지부로부터 현지조사를 받았다.
2012년 10월부터 2015년 9월 기간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A씨는 실제 내원하지 않은 날에도 마치 내원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고 진료비를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해 지급받았단 사실이 적발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이와 같은 조사 내용을 전달받은 후 지난 2018년 3월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따라 요양급여비용 5280여만원을 전액 환수 결정했다.
A씨는 이에 현지조사 과정에서 처분사유를 명시하지 않는 등 부당한 절차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사건 의원의 환자들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여러 번 내원하기 어려운 고령의 다상병 환자들인바, 부득이하게 내원하지 않았음에도 내원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꾸며 여러 개의 처방전을 발급한 것으로 환수처분의 근거가 되는 '속임수나 부당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한 건보공단 측이 내원일수 거짓청구, 약제비 부당청구, 원외처방전 발급으로 인한 약제비, 부당청구 등의 명목을 중복해 환수금액을 산정했다고도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같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처분서에 처분의 근거와 이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더라도 처분 자체가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또 허위 진료기록서를 제출한 사실이 인정돼 처분사유가 된다고도 봤다.
중복처분과 관련해선 "건보법 57조 1항이 정하는 부당이득 환수처분은 부당하게 급여비용이 지급된 경우 이를 전부 원상회복 시키려는 취지인데, 부당이득 환수처분은 징수 여부나 범위를 피고(건보공단)이 임의로 결정할 수 없는 기속행위에 해당한다"며 "건보공단 처분의 법적 성격이 '재량행위'임을 전제로 한 원고 측 지적도 이유없다"고 판시했다.
국민건강보험법 57조 1항은 '국민겅강보험공단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 등에 대해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A씨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지만, 처분 자체가 부당하지 않다는 데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우선 중복처분이 기속행위인지 재량행위인지에 대해서 "건보법 57조 1항의 근거 법령에 대한 해석 원칙 등에 비춰 보면, 건보공단에 부당이득 환수처분을 할 것인지에 관한 재량권은 없으나 환수범위는 재량권이 있다고 할 것이다"며 "이 사건이 기속행위라는 건보공단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고령의 환자들을 배려하기 위해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A씨 주장에 대해선 "액수가 크고, 기간 또한 3년에 이르며, 이 사건 처분으로 받는 불이익이 원고 잘못으로 발생한 데다가 처분으로 달성코자 하는 공익적 필요가 크다"며 처분이 과하다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 청구는 이유 없어 1심판결과 같이 이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