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최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 개발을 준비 중인 기업의 90%가 2년 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심사 신청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념 정의조차 모호했던 디지털헬스는 정부와 업계의 관심 속에 착실히 그 영역을 확장 중이다. 데일리메디는 최근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라이프시맨틱스 송승재 대표를 만나 국내 디지털헬스 산업의 전망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Q. ‘올해가 디지털헬스 산업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올 한 해를 되짚어 보면 우여곡절 끝에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이하 혁신의료기기법)’이 통과됐고 규제샌드박스 사업도 시행됐다. 실제로 원년이 될 만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디지털헬스의 제도권 진입이 가시화될 것이고 이후에는 다양한 제품들이 산업 생태계를 풍성하게 하는 단계로 성장해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
Q. 디지털헬스 제품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는데 전망이 밝다고 생각하나
융합신산업인 디지털헬스는 쉽지 않은 분야이다. 부정적인 시각도, 찬반이 맞서는 이슈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업체들이 희망을 갖고 현장에서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맹목적인 회의론에 빠져드는 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디지털헬스 분야는 전문성이 강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회의론이 나오면 가감 없기 믿기 마련이다. 어려워 보여도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같이 논의하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
디지털헬스는 지난 20년 가까이 정권의 기조와 관계없이 늘 육성이 강조돼 왔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한정된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즉, 디지털헬스 제품 활용은 가능 여부가 아니라 가야만 할 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잘 나아가야 할 것인지를 얘기해야 하는 것이다.
"헬스케어 생태계 구축 논의 확대 필요"
"디지털 치료제 개발 기업 늘어날 수록 관련 산업도 성장"
"제약·유전학 아닌 디지털헬스 특화된 정부 지원방안 절실"
Q. 구글이나 애플 등 글로벌 공룡 기업들의 국내 디지털헬스 분야 진출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지
만약 현실화된다면 디지털헬스 산업 자체가 큰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이 이슈를 통해 조명되고 성장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디지털헬스가 기대치와 중요도에 비해 관심을 적게 받고 있다. 대규모 자본이 유입되는 만큼 영세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디지털헬스 분야는 기존 장비 산업과 성격이 다르다. 서로 남의 파이를 뺏는 것이 아니라 각자 수익이 더해진 만큼 시장이 커진다. 디지털 치료제와 같은 제품은 정밀의료 성질을 띤다.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처럼 고유의 기전으로 타깃팅된 질환과 환자에게 효과를 발휘한다.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이 늘어날수록 산업도 성장할 수 있다.
Q. 라이프시맨틱스 또한 디지털치료제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파이프라인 확대 계획은
유방암과 전립선암, 대장암, 위암, 폐암 등 주로 고형암 환자에 대한 예후 관리를 지원하는 서비스인 ‘에필케어M’과 호흡재활서비스 ‘에필브레스’ 등이 임상시험을 완료하고 학술적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 내년에는 FDA와 CFDA 준비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디지털헬스 전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연관 사업자와 플랫폼 협업도 추진 중이다.
Q. 디지털헬스 분야에 새로 진입하려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조언이 있다면
임상시험을 4~5년 정도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신약 개발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임상시험 과정이 순탄치 않다. 일정 기간을 버틸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된다. 디지털헬스 분야에 뛰어들려는 업체들은 대부분 임상시험 프로토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경력이 있는 기업들과 협력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감이 꺾일 수 있다. 디지털헬스산업협회에서도 이런 고민을 같이 공유하는 기회를 많이 마련하려고 한다. 함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 자본이 충분하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Q.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각 부처마다 수많은 바이오헬스 육성 사업이 존재한다. 그러나 제약 혹은 유전학 분야에 치우쳐 있다. 디지털 헬스는 ‘시장 진입 지원’ 정도로 한두 줄 포함돼 있는 정도다.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하는 정부 예산의 특성상, 우선 주목받는 곳에 R&D 사업이 몰리는 것 아닌가 싶다. 혁신의료기기법 마련을 시작으로 다양한 정책과 규제를 상호 조율하고, 바이오제약과 디지털헬스를 구분해 디지털헬스에 특화된 지원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구축되기를 바란다. 업계 전문가들은 어려움만 토로하기보다 전문가로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함께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