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올해도 진료현장에서 적잖은 의사들이 환자와 그 가족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등 상처를 입은 가운데 공중보건의사들이 악성 민원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알려주는 자리가 마련됐다.
26일 가톨릭서울성모병원 성의회관에서 열린 ‘2019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동계학술대회’에서 법률사무소 명재 대표인 이재희 변호사가 ‘악성민원에 대한 법적 대처’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이 변호사는 “가급적 본인이 방어적으로 생활하면서 사건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사적으로 제재하기보다는 법적 수단을 통해 해결하는 편이 좋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
그는 특히 "공보의는 의사지만 동시에 공무원으로서 악성 민원에 대해 사적 제재시 공무원 신분상 징계라는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고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이 적용되면 형사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변호사는 구체적인 악성민원 종류별 대처 방안과 관련해서는 “응급의료 방해 행위는 현행 응급의료법에서 중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며 “응급실에서 폭행 등의 악성 민원이 발생해 경찰에 신고하면 즉시 현행범 체포, 긴급체포가 가능해 비교적 대처가 쉬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명예훼손의 경우가 사법기관이 소극적이고 법적 대응을 하더라도 얻게 되는 이득과 상대가 받는 처벌이 크지 않아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지기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희 변호사는 “명예훼손은 법정형은 높게 돼 있지만 실제 판결이 약한 편이고 민사상 손해배상의 경우도 큰 의미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사이트에서 명예훼손이 있었을 경우는 국내의 영장이 잘 집행되지 않는다”고 현실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명예훼손에 적절한 대응을 위해서는 평소에 자기 방어를 위해 녹음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행법상 대화 당사자일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않아도 녹음은 불법이 아니라는 점도 언급했다.
무고죄의 경우도 평상시 녹음이 중요했다. 무고죄는 타인이 처벌을 받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허위사실임을 알면서도 공무원이나 공무소에 신고하는 경우에 해당되는데 상대가 허위사실임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도 녹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폭행을 당했을 때는 공무집행방해죄가 아닌 폭행죄 피해자 개인 자격으로 고소하는 것이 금전적으로 더 유리했다.
이재희 변호사는 “공무원인 공보의가 업무를 수행 중에 폭행을 당할 경우에는 공무집행방해죄로 고발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무집행방해죄의 경우 일반 폭행죄에 비해 형벌은 무거운 반면에 합의가 불가능해 병원비와 위자료 목적의 합의금을 받기 위해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주취자의 경우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4조를 근거로 신고할 경우 즉각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보통 주취자들이 아무런 위력 행위를 하지 않고 병원 내에 누워있기만 할 경우에는 업무집행 방해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4조는 정신착란을 일으키거나 술에 취해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이나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을 경찰이 긴급보호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어 해당 법 조항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희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공권력 발동을 기다릴 수 없는 흉기 난동 등의 긴급한 상황에서 물리력 사용이 법적으로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이 경우에는 법이 굉장히 좁고 엄격하게 적용이 되기 때문에 쉽게 선택해서는 안되는 수단"이라고 신중함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