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보건복지부 현지조사단이 부당하게 요양급여를 청구했다는 내용의 각서를 강제로 작성케 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의사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사 초기의 부당청구 건수가 조사 과정에서 대폭 줄어들은 사실을 미루어 봤을 때 현지조사단이 의사에게 충분한 소명기회를 주었으며, 강제로 확인서를 쓰게 했다는 정황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서울고등법원 6행정부(재판장 박형남)은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청구했다며 30일간의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처분취소 청구를 기각했다고 2일 밝혔다.
서울에서 의원을 운영하던 의사 A씨는 지난 2015년 실제 내원하지 않은 환자를 진료한 것처럼 꾸며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의심을 받아 같은해 보건복지부로부터 현지조사를 받았다.
현지조사단은 조사결과 A씨가 내원일수를 거짓으로 청구해 41만원 상당의 요양급여를, 또 비급여대상인 예방접종 등을 실시하고서 930여만원의 요양급여를 부당 청구해 지급받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의원에서 일하던 사무직원으로부터 A씨가 실제 내원하지 않은 환자의 명단을 수납대장에 'V' 마크를 하며 관리하게 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사전통지를 거쳐 A씨 의견을 제출받은 후, 구(舊)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30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치처분을 내렸다.
해당 소송과는 별개로 이사건 관련, 보건복지부는 A씨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으나, 검찰은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현지조사단이 요양급여비용을 부당청구했다는 내용을 인정하는 사실확인서와 각서 작성 및 날인을 강요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또 "처분의 근거가 되는 '내원일수 부당 청구자 명단'과 '비급여대상 진료 후 요양급여비용 이중청구자 명단'을 처분 이전 조사단이 보여주지 않아 충분한 소명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해당 부당청구 명단이 잘못된 것임을 주장하기 위해 A씨는 일부 수진자들 명의 확인서를 증거자료로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지조사단이 사실확인서를 강제로 작성했다는 주장에 재판부는 "강제로 작성됐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소명기회가 없었단 주장에 대해선 "현지조사단은 A씨 요청에 따라 조사기일을 1일 연장했으며 그 결과 내원일수 부당청구 건수가 662건에서 48건으로 감소했다"며 "A씨에게 부당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소명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됐고 자신 의사에 따라 서명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증거자료로 제출한 수진자 명의 확인서에 관해선 "소(訴)가 제기된 지 6개월이 지나서 제출된 데다가, 이 사건 의원을 방문한 일자가 특정돼 있지 않고 일부는 서명날인이 없는 이메일 캡처 본인 등인 점을 고려하면 신뢰할 수 없다"고 봤다.
명단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A씨 주장에는 "명단 마지막장과 그 바로 앞장에 A씨가 '위 사실을 각 확인함'이라고 기재한 점을 봤을 때 전체 명단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검찰 불기소처분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형사사건에서는 유죄를 인정하려면 범죄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될 것을 요구, 행정소송에서 요구하는 증명의 정도에 비해 높은 수준의 증명이 필요하다"며 "본 소송(행정소송)의 처분을 뒤집기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